평일강론

주님 수난 성금요일 ’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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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4-01 ㅣ No.5348

주님 수난 성금요일 ’23/04/07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돌보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잘 잊어버리신다고 합니다나이가 들어서 그러신지 한 번 말씀을 드려도 잊어버리시고 잘 기억하지 못한답니다그런데 잘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있답니다그것은 온천장 가는 날과 단풍 구경 가는 날과 잔치하는 날이랍니다다 잊어버려도 놀러가는 것과 먹는 것은 잊어버리지 않으신답니다

 

그게 어디 할아버지 할머니만의 일이겠습니까우리도 그렇습니다우리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거나 재미있는 일은 잊어버리지 않고 잘 참석하고 또 가고 싶어 하지만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재미없고 힘든 일은 참석하고 싶지 않고 가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줄 몰라서 못합니까아니면우리가 기도할 시간이 없어 못합니까?

기도하기 싫은 것입니다.

아니 굳이 시간을 내서 기도하지 않아도 주님께서 다 지켜 주시고 베풀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아니 자기가 하고 싶고자연스럽게 몸에 밴 다른 것들 때문에 기도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밀려서 선택되지 못한 채 넘어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먼저 신문 읽고텔레비전 보고밥 먹고 씻고 자기 바쁘지기도부터 하지 않습니다그리고 그렇게 피곤하게 지내기 때문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지기도하기 위해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습니다그렇다고 근무 중에 기도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다행히 기도가 몸에 밴 분들은 주님의 축복과 행복 속에 살겠지만그렇지 못한 분들은 점점 힘들고 고단하기만 합니다.

 

어떤 분들은 기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아쉬워합니다그런데 또 어떤 분들은 반대로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기도하느냐고 되묻기도 합니다하루 종일 일하느라고 지치고 힘든데 언제 기도하고밤늦게까지 일하고 자기 바쁜데 언제 아침 기도를 하며일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짬을 내서 기도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물으실지 모릅니다.

누가 너에게 시간을 주었느냐?

누가 너에게 자유 선택권을 주었느냐?

누가 너에게 생명을 주었느냐?

송구스러워하기는커녕 자기의 선택과 자기의 삶의 방식을 정당화하고심지어는 잘못된 삶의 방식을 올바른 것인 양 인정받으려는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기가 차고 말문이 막혀서 입을 다물고 계십니다.

 

그리고 사랑을 베풀려고 다가오신 예수님을 갖은 핑계와 모략으로 몰아세우고억지 죄목을 붙여 옭아 묶으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묻습니다자기들의 방식대로 따라야만 하고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만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에게예수님은 묻습니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버젓이 말해 왔다나는 언제나 모든 유다인들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다내가 숨어서 말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왜 나에게 묻느냐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내가 한 말은 그들이 잘 알고 있다.”(요한 18, 20-21)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다면 어디 대 보아라그러나 잘못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느냐?”(23)

 

그것은 네 말이야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34)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36)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37)

 

네가 하늘에서 권한을 받지 않았다면 나를 어떻게도 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나를 너에게 넘겨준 사람의 죄가 더 크다.”(요한 19,11)

 

그리고 끝내 자기만 옳고자기 생각대로 해야만 맞는 것이고자기에게 친밀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만동의하고 받아들이겠다고 우기면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려 않으려는 사람들 앞에서 말씀하십니다.

 

목마르다.”(28)

 

예수님도 목마르지만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속에 갇혀서 황량하고 방황하는 인생을 마무리해야만 한다세상 어느 누구도 어느 상황도 자기 뜻대로자기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기 몸을 만들어주시고 자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하느님 앞에서까지 텃세를 불리듯이 자기를 주장하는 사람이 어찌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사랑과 위안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그는 악의 세력에 휘말려 스스로를 갉아먹고 후벼 팜으로써 결국 파멸의 길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보호해주시고 안배해주십니다그 어머니 마리아에게 어머니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26) 하시고또 가족과 아내도 없이 예수님을 따랐던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27)라고 하시며 현세에서 가족을 만들어주시고영신적으로도 교회라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30)

 

우리의 부족함이나 연약함에도 탓하지 않으시고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고 채워주시고 마침내 구원해주시고야 마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면서 히브리서의 말씀을 되새겨봅시다. “우리에게는 하늘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가 계십니다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에 대한 신앙을 굳게 지킵시다우리의 사제는 연약한 우리의 사정을 몰라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 유혹을 받으신 분입니다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셨습니다그러므로 용기를 내어 하느님의 은총의 옥좌로 가까이 나아갑시다그러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아서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히브 4, 14-1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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