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안토니오 신부님을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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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안토니오 신부님을 보내며
감자같은 신부님 두 분 계시던 어느 날 고구마같은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초짜라고 하더군요. 아! 힘든 우리 성당 관록있는 분을 원하였건만.... 그러나 고구마는 은은한 미소와 따스함으로 되새길수록 단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던 두 해 동안 고구마는 우리네 부실한 고구마를 실한 고구마들로 무성하게 하였습니다.
오늘 주보를 보면서 고구마의 이동을 보았습니다. 신부님 작별 인사 때 앞 좌석 할머니의 흐느낌을 보았습니다. 들썩이는 어깨와 눈물을 훔치시는 그 분 그리고 그 분을 책망하는 할아버지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음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왜 우리를 울립니까? 아마도 지난 두 해가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때 당신은 우리의 힘이 되어 주었고, 꿋꿋함으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눈물에는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우리에게 준 사랑에 대한 유일한 보답입니다.
우리는 두 해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오늘 우리 본당의 안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항상 미소짓는 아주 큰 감자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님의 자애를 듬뿍 갖고 계신 데레사 수녀님 우리네 동생이요 누님같은 온화한 모습의 마리아 수녀님 그래서 성당을 들어서면 그곳이 우리의 집 같음을 느꼈습니다.
여러 본당을 거치면서 많은 신부님·수녀님을 보내드리면서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려니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하느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데.... 조금은 더 계셔도 되는데....
미사가 끝나고 나오며 당신과 눈 맞춤을 않았습니다. 또 다시 흐를 것만 같은 눈물 때문에 그러나 차를 타고 오며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오늘 일은 정녕 아닌 것 같습니다. 빌려 탄 멜키아데스 차를 여러 장애물이 자꾸 가로막는 것은 아마도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아는 듯 합니다.
가야하는 길이라면, 막을 수 없으면 당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첫 정을 퍼부으셨다고 하셨지요. 우리도 당신을 사제 이전에 인간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구청의 명령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원당을 거쳐서 아주 먼 훗날 아마도 내가 이 세상에 없는 그 날 천당을 가실 그 때까지도 이 곳 사당5동에서 가졌던 사랑만 갖고 사신다면 당신은 진정 오늘 송가의 노랫말처럼 영원한 착한 목자이리라 생각합니다.
당신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래토록 많은 사랑을 베푸시려면 담배와 소주를 줄이셔요!!!!
떠나시는 그 날 뒤돌아 보지 마세요. 눈물 흘리는 자매님들 위로하지 마셔요. 다 남편있는 사람들입니다. 매달리는 청소년들 보듬어 주지 마셔요. 다 짝 찾아 갈 사람들입니다. 당신이 없어도 우린 주임신부님과 새로 오실 신부님 두 분 수녀님과 더욱 재미있게 살거예요. 그냥 웃으며 가세요. 다시 뵙겠노라고. 대신 우리 성당과 우리들 모두의 간절한 사랑만은 가슴에 꼬-옥 간직하세요.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가 당신을 의지하였듯이 당신이 어려울 때 이 곳 우리의 사랑은 당신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고자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해도 우리는 웃으며 당신을 보낼 수 없습니다. 흐르는 눈물 가눌 길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