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은총의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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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2-28 ㅣ No.3

 

 

 얼마전 있었던 일이다. 우리 성당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파리공원이라는 매우 쾌적하고 넓고 운동시설이 잘 구비된 공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매주 일요일이면 늘 이 공원은 주일학교 학생들의 유혹의 대상이 된다. 농구냐? 교리냐? 이것이 문제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늘 이러한 고민에 빠진다.

 

나역시 그 고민의 동참자가 된다. 그들에게 농구보다 재미있는 교리가 없을까?

 

그래서 나는 파리공원으로 가는 성당 건널목을 파수꾼처럼 지키기 까지 했다.

 

그런데 그 멤버(농구파)의 두목급인 한 학생이 회개(?)를 하고 교리를 열심히 나오게 되었다.

 

어느날 교리를 빠지고 농구하러 가려는 아들에게 그 어머니는 그 이유를 묻자? "학원도 가야되고 농구도 해야 되서요!" 아들의 대답을 들은 그 어머니의 말씀

 

"얼마전 우리 집이 IMF로 부도가 나서 정말 정말 힘들고 막막했을 때, 엄마는 너무나 암담하고 힘들어서 아버지께 불평하고 화를 내고 이 어머니의 자리마저 올바로 지켜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단다. 그 힘들때 힘들지만 나를 잡아 주시고 평화를 주셔서 이 가정을 지키고 너를 보살피게 해주신분은 바로 하느님이란다. 네가 지금은 엄마 아빠가 다 잘 보살펴 주어 걱정없이 잘 지내고 농구도 하지만 엄마 아빠가 이제 없고 너 홀로 십자가를 지게 되는 어려움이 생긴다면 어떻할래? 십자가의 순간에 참으로 가장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란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학원과 농구를 빠져라!"

 

이 말을 듣고 그 아들은 곰곰히 생각한 뒤에 이틀뒤에 어머니께 "어머니 정말 열심히 주일학교 나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기 까지 그 어머니는 참으로 그 아들을 위해 묵주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IMF가 정말 힘든 십자가 였지만 그 십자가를 신앙으로 극복한 그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성모님께서 당신 아들의 십자가상 아래에서 신앙의 힘으로 꼿꼿히 서서 아들과 함께하는 성모님의 사랑을 본다. 우리역시 우리 각자의 농구대를 점검해 보아야 겠다.

 

오늘 복음말씀에도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잃은 양을 찾아 나는 오늘도 십자가가 아닌 농구대 아래에 꼿꼿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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