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등대와 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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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2-28 ㅣ No.5

태풍속에서 대함대 앞에 커다란 불빛이 나타났다.

 

함대의 제독이 연락을 하였다.

 

"나는 함대의 제독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해군 중위입니다. 장군님!"

 

 "그럼 빨리 중위! 그 배를 우리 항로앞에서 비키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장군님!"

 

"뭐라고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인가? 비키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죄송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바로 등대입니다.""제가 비키는 대신 암초가 없는 곳으로 빛으로 인도하겠습니다."

 

 

 

그 제독은 아무소리 없이 키를 돌렸다.

 

등대의 빛을 따라 무사리 빠져나온 제독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들은 다 자존심과 합리적 변명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다. 그 커다란 함대처럼.....

 

물론 인간이면 자존심, 좋은 의미의 자존심이 꼭 있어야하고 또한 자신의 처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하는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것 같다. 적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더욱 전부는 아닌 것이다.

 

나는 사제이지만 나의 신앙과 인생 항해에서 가끔  나의 등대이신 하느님을 나를 위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하는 교만을 자주 행한다.

 

특히 위의 이야기처럼 인생의 폭풍우가 심할때는 더더욱 하느님을 나의 등대로 보지 않고

 

비켜야할 작은 배로 인식한다.

 

 

 

내가 나의 배안에서는 제독이고 장군이지만 이 바다에서는 특히 포풍우 속에서는 작은 낙엽에 불과한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면 성당을 떠난다고 한다.

 

 

 

고통의 폭풍우에서 주님을 떠난다면, 아니면 주님께 비키라고 하면 우리는 등대를 잃는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우리는 길을 잃고 암초에 부닺쳐서 우리의 배는 침몰할 것이다.

 

 

 

 

 

다시 한번 조용히 등대의 안내를 받으며 떠나는 그 제독의 뒷모습이 나의 모습이 되길 바다의 별이신 나의 삶의 등대 성모어머니께 기도드린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빛은 온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은 생명이셨다.....어둠이 빛을 이겨본적이 없었다.....그러나 사람들은 빛을 사랑하지 않았다. (요한 복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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