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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단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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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3-02-11 ㅣ No.36

제13장 단원의 자격

 

‘자격’이란 단어는 원래 법적인 용어이며 법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인데, 그 안에 두 가지 측면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자격을 얻고자 하는 요건과 의지의 결실이라는 능동적 측면과 둘째로 그 자격은 얻어진 것이므로, 자격을 부여한 권위자나 자격미달이라는 상황에 의해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수동적 측면이다.

 

한 예를 들어보면, 한국인이 될 자격은 한국에 태어나는 운명적 소명이 있어야 하고 한국인이 되면 한국인으로서의 주권이 주어지지만, 그 밖에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동시에 지니게 되는 것이다. 어느 기업의 사원의 자격을 얻으려면 먼저 그 회사가 제시하는 자격 조건에 맞아야 하고, 그런 다음 시험이나 면접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리고 수습기간을 통해서 정식 사원으로 발령이 난다.  모든 사회조직은 위계질서가 존재하며 의무와 권리를 그 구성원에게 부여하며, 입문의식을 통하여 조직원의 자격을 판단하고 교육한다. 따라서 입문의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수님도 30년 동안이나 자신의 공생활을 준비하셨다. 1년 동안 우리 가운데 직접 함께 하시기 위하여 30년씩이나 준비하셨던 것이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나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도 최소한 7년의 기간을 하나 하나 단계를 밟아가면서 자신의 소명의식을 키워나간다. 기능주의적인 입장에서 보면 고용주가 자격이 완벽한 사람을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련이나 검증 기간을 무시한 채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조직의 단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구성원을 희생시키는 비인격적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로 일본의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전혀 훈련도 받지 않은 한국의 젊은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그리하여 일본의 전쟁터로 내 몰린 한국과 동남아시아 청년들은 단순히 총알받이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군인으로서의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로 전쟁터에 갔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나라가 일본이 아니었기에 그들에게 나라를 위해 싸우는 소명의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더욱이 일정한 훈련도 자격요건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것이 일본이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커다란 요인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제13장 단원의 자격은 매우 중요한 장이며, 특히 레지오의 지휘관인 평의회의 간부들의 자격과 새롭게 입단하는 단원의 자격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 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제11항이다.  “수련기간과 선서는 레지오에 들어오는 관문이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레지오에 들어와서 레지오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그 정신을 약화시키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 관문을 올바로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쁘레시디움의 단원이 너무 적다고 하여 3개월의 수습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줄이거나 생략한다면 그것은 중대한 과오이며, 그 잘못의 영향은 즉시 쁘레시디움에 나타난다. 본드(접착체)가 적당한 시간을 경과해야 제대로 굳어지는데, 성급하게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막 본드 칠해 놓은 물건을 마구 사용한다면, 포두주가 익지도 않았는데 잔치 상에 내어 놓는다면 어찌되겠는가?  이렇듯이 새 단원의 성급한 입단은 쁘레시디움에 커다란 피해를 갖고 오지만, 이와 동시에 그렇게 서둘러 입단시킨 선배 단원들은 자신의 성급함 때문에 새롭게 입단하는 단원들의 권리를 빼앗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사유로 예비단원이 입단 선서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수련기간을 3개월 연장해 줄 수 있다. 한편, 쁘레시디움으로서는 예비단원의 적격성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입단 선서를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마찬가지로 예비단원에게도 결심을 하는데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3개월의 연장 기간이 끝나면, 예비단원은 선서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쁘레시디움을 떠나야 한다.”  과연 레지오는 그 조직의 구성원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져야 하는가?  성서에 “우리가 부르심을 받았을 때 과연 주님의 부르심에 마땅한 자격을 지닌 사람이 어디 있었습니까?”라는 말씀이 있다. 세속의 사업과 군대의 조직을 운용하는 구성원에 대한 신분의 자격을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인데, 하느님의 사업을 함께 할 봉사자들을 선별하고 양성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레지오 마리애가 더 이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다! 등록한 단원만 많지 출석률은 저조하다!” 혹은 “아니다. 우리 쁘레시디움은 아직 단원이 너무 부족하여 일단 뽑고 봐야한다. 질보다 양이다!”라는 두 가지 의견이 대두될 수 있다. 이 두 의견은 마치 서로 반대되는 두 다른 상황에 있는 두 개의 쁘레시디움의 주장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상황 아래 있는 동질의 쁘레시디움이다. 두 쁘레시디움 모두 단원의 자격 요건을 부여하는 수련기간과 선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처리하거나 편법적으로 대응한 나머지, 전자의 쁘레시디움은 시간이 갈수록 소명의식이 떨어져 단원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주회합 참석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그런 단원들 때문에 출석률과 사기가 떨어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단원 수가 적다고 마구 잡이로 단원을 뽑아 수련기간 동안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채 선서를 하게 만드는 일에만 급급 한다면, 설사 단원의 수가 증가 할지는 모르지만 얼마 못가서 전자의 쁘레시디움처럼 등록된 단원의 수만 많을 뿐 출석율도 활동도 기대할 수 없는 질이 낮은 쁘레시디움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이것은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일 뿐이다.

 

레지오 단원의 입문예식인 수련기간과 선서 준비작업, 그리고 이러한 예비기간을 잘 보냄으로써 레지오 단원들의 질이 향상되고 신입단원은 굳건한 줄기로 잘 성장하여 기둥이 될 것이다. 이렇게 튼튼한 기반이 되어있는 쁘레시디움은 영신적인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자연스레 단원이 늘게 되어있다. 즉, 레지오는 철저한 수련기간을 통해서만이 질과 양이 동시에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레지오의 그 구성원 모집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즉, 레지오는 질과 양이 모두 중요하며, 동시에 이것을 상승시켜야 되며 그 방법은 바로 교본에 명시된 수련기간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수련기간 동안 예비단원 홀로 레지오를 알아가는 고독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련기간 동안 함께하는 단원들의 활동과 기도, 그리고 언행, 교본에 대한 지식과 경험 등이 그 단원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련기간 동안 선배단원들의 모습과 태도 여하에 따라 새로 입단하는 단원의 ‘첫 단추’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련기간 동안 곁에 있는 선배단원들은 더욱 함께 매진하여, 마치 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수련하는 단원을 늘 모심(母心)으로  돌보아 주어야 한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9달은 평생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특히, 수련기간을 돌보는 일차적 임무를 맡고 있는 부단장은 태교(胎敎)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예비단원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입단원이 끊이지 않고 생기는 쁘레시디움은 그 만큼 쇄신과 긴장 그리고 이를 통한 발전의 동기가 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우리 레지오가 수련기간과 관련하여 좀더 노력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 기간동안 예비단원들에게 교본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교본과 교본을 통해 해설되는 활동이 교육되어야 한다. 교관은 훈련병들, 입소병들에게 우선적으로 규칙과 원리, 그리고 목적에 대해 주관적이지 않은 교본에 나와 있는 명확한 해설을 하고, 이들이 이를 숙지한 후 훈련을 실시한다. 수련기간 내에는 실제 활동 안에서 벌어지는 예를 통해 교본의 원칙과 내용을 적용하고 풀이해 줌으로써 교본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레지오 봉사의 심오한 원리를 다른 것과 구분하는 안목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한 교육이 부족하면 레지오를 세속적이거나 주관적인 잣대로 판단하게 된다. 수련기간 내에 행동의 원칙과 정신의 원칙인 교본을 맛 들이는 수유(授乳)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수유가 이루어져야 활동이라는 걸음마를 힘차게 하게 된다.

 

새로 입단하는 단원들에게 교본이 교본연구 때나 보는 어려운 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부단장은 수련기간내의 신입단원 교육용으로 교본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며 다른 선배단원도 이에 동참하여야한다.  “준비는 성공의 보장이다.”라는 말이 있다. 준비하는 노력이 크고 신중 할수록 자연히 그 성공은 더욱 더 큰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레지오 마리애의 수련기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수련기간이 잘 준비되지 않는다면 선서식의 감동도 있을 수 없을 것이며, 선서식은 단순한 하나의 통과의식이 되어, 아주 사소한 개인 일에도 쉽게 쁘레시디움을 떠나는 단원으로 만들 것이며 쉽게 상처 받는 단원을 양산하고 만다.  그리고 그런 단원은 떠나면서 아마도 다음과 같은 한 마디를 남길 것이다.  “나는 그저 버스를 잘못 탔을 뿐입니다.”

 

그러니, 들을 귀가 있는 쁘레시디움 간부들은 들으시오!

 

첨부파일: 제 13장 단원의 자격[1].hwp(3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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