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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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07-04 ㅣ No.176

나는 신학과 저학년때 이동하시는 신부님의 짐을 싸고 나르는 것이 매우 기뻤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싫었다.

너무 많은 이삿짐을 가지고 다니시는 신부님을 남모르게 ....... 했다.

그런데 부제가 되기 전이었을 것 같다.

 

잠깐 계시던 신부님이 갑자기 이동을 하게 되셨다.

그 신부님은 짐이 많았다.

 

"이젠 저 짐을 어떻게 싸고 사제관이 3층인데 지하 주차창까지 날라야 하니!"

 

나는 미리 부터 짜증이 났다.

 

그런데 보좌신부님은 짐은 내가 쌓을게 내일 아래 층으로 옮겨달라고 하셨다.

 

"휴! 불행중 다행!"

 

다음날 사제관에 갔더니 짐박스가 상상보다 많아졌다.

"모르던 짐이 또 있었군! 어휴!"

 

그런데 이게 왠걸? 박스에는 여러곳에 내이름이 써있었다.

 

신부님은 나에게 "음 주차장에 일단 윤석이라고 쓴 박스부터 날라라 윤석아!"

 

아니 뭐 내가 안날을까봐? 내가 혹시 짐을 소홀히 다룰까봐 그러시나?

 

그런데 짐을 나르려는 순간 박스 크기에 비해 무게감이 훨씬 덜했다.

 

난 짐을  나르면서 난 절대로 사제 생활 하면서 짐을 늘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는 열심히 짐을 날랐다.

 

짐을 거의 다 날랐는데 신부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윤석아! "윤석"이라고 쓴 박스는 너 주려고 따로 싼거니까 지하 주차장 창고 깨끗히 정리한 곳에 잘 두었다가 개학때 필요한 책을 가져가 한 꺼번에 가져가지 말고 대학원때 쓸 책일거야! 그리고 축일때 들어온 양말과 속옷도 몇박스 되는 것 같다."

 

신부님 그런데 왜 박스가 이렇게 가볍지요?

 

음 박스를 가득 채우면 너무 무거울것 같아서 .......

 

난 지금도 그 신부님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짐도 들기전에 남에 대한 판단부터 든 내가

 

짐도 들기전에 짐의 숫자부터 센 내가

 

짐도 들기전에 이기심이 먼저 생긴 내가

 

그런 내가 나에게 오히려 짐이 되었다.

 

**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 아이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  ......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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