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침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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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왈칵 치밀어 오를 때는 침묵하십시오.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도 말입니다. 그대가 아무리 신중해도, 그런 순간에는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말을 하게 마련입니다.'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길'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침묵하기란 대단히 힘든 법이다. 더군다나 화를 낼 만한 충분한 이유와 타당성이 있는데도 침묵하기란 더더욱 힘든 법이다.
정작 침묵해선 안될 일에 대해선 눈길을 돌리고 마음을 돌려 침묵하기를 주저 하지 않으면서 좀 더 기다리고 좀 더 감싸 안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더구나 잘 알지도 못한 채) 이구동성으로 떠들고 매질 하는 것이 우리가 많이 보고 겪게 되는 세상 모습이고 때론(?)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내 자신을 볼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히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교회에서 만큼은 그런 불쾌한 체험이 없기를 바라고 교회 만큼은 깨끗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못할 땐 그만큼 실망도 크고 마음의 상처도 더 깊고 쓰라린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진실을 밝혀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아프더라도, 속이 상하더라도, 의심이 가더라도, 당당히 항변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침묵하고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있는 법인가 보다.
어여 이 무덥고 지루한 여름이 가고 우리들 마음에 시원한 바람 한자락 들어찰 수 있는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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