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3주간 화요일 '24/04/16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3-29 ㅣ No.5726

부활 제3주간 화요일 '24/04/16

 

우리말에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성이라는 앉은뱅이와 감천이라는 눈먼 이가 각자가 어려운 처지이면서도 서로를 도우면서 세상사를 잘 헤쳐 나가 하늘이 감동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어,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소원을 들어준다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이 무엇이든지 간절히 청하기만 하면 다 들어준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린 자식이 칼을 달라는 데 칼을 내 줄 어미가 없듯이, 하느님께서도 죄를 짓고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게 될 청을 들어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경에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면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히브 6,3)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원하신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하느님 뜻 안에 있다면, 그 때 들어주실 것이고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주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을 통해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를 때 비로소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요한 6,29)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요한 6,32)라고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은 세상의 그 어느 누구가 아니라, 결국 주 하느님이시라는 것. 그리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은 생명의 빵이신 주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일러주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이 때 빵은 그저 우리가 예수님의 팔과 다리를 씹어 먹으라는 의미의 빵이 아니라,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사십일을 단식 후 배고프시자 악마가 다가와 돌을 빵으로 바꿔 먹으라는 유혹을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라고 대답하시며,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을 따라 살면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바로 그 말씀의 빵입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과 여러 상황들 속에서 주 예수님께서 내려주시는 말씀을 믿고 따름으로써, 주님께서 불러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길을 걸어 나가도록 합시다. 아울러 오늘 세상을 떠난 세월호 친구들도 기억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12,6 참조)

-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참으로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습니다.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던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여전히 우리에게 사무칩니다. 무엇보다 먼저,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에 스러져 간 삼백 네 분의 고귀한 영혼들을 기억하며 이제 따뜻한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품고 피눈물로 십 년을 백 년같이 지냈을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가 가득 내리기를 빕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 한편에서는 이제 그만 잊으라고 다그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기억만이 살아갈 길인 사람들과 망각이 살길인 사람들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이보다 더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은 최근까지 그와 비슷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당시 우리는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 뼈아픈 자성과 환골탈태를 요구하였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여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면, 세월호 참사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정을 운영하여 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교우 여러분에게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열린 마음과 연대를 호소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무관심을 이렇게 지적하셨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절규 앞에서 함께 아파할 줄 모르고 다른 이들의 고통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며 그들을 도울 필요마저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복음의 기쁨, 54).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곤경에 놓인 사람을 만나실 때마다 늘 가엾은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아 주시고 그를 일으켜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필리 2,5)을 간직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을 헤아리며 그들의 손을 잡아 준다면, 그들은 위로받고 용기를 얻으며,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사람 곁에 있어 주는 것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모든 형제들, 186)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숭고한 소명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그 근본 쇄신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으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사는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힘을 모으기로 다짐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찬란한 빛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감싸기를 기원합니다. 이러한 염원과 기원을 담아, 우리는 세월호라는 배 이름에 묻히고, ‘희생자 304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이름을 정성껏 부르고자 합니다.

 

단원고 2학년 1(18):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김현정, 문지성, 박성빈, 우소영, 유미지, 이수연, 이연화, 정가현, 조은화, 한고운. 2학년 2(25): 강수정, 강우영, 길채원, 김민지, 김소정, 김수정, 김주희, 김지윤, 남수빈, 남지현, 박정은, 박주희, 박혜선, 송지나, 양온유, 오유정, 윤민지, 윤솔, 이혜경, 전하영, 정지아, 조서우, 한세영, 허다윤, 허유림. 2학년 3(26): 김담비, 김도언, 김빛나라, 김소연, 김수경, 김시연, 김영은, 김주은, 김지인, 박영란, 박예슬, 박지우, 박지윤, 박채연, 백지숙, 신승희, 유예은, 유혜원, 이지민, 장주이, 전영수, 정예진, 최수희, 최윤민, 한은지, 황지현. 2학년 4(28): 강승묵, 강신욱, 강혁, 권오천, 김건우, 김대희, 김동혁, 김범수, 김용진, 김웅기, 김윤수, 김정현, 김호연, 박수현, 박정훈, 빈하용, 슬라바, 안준혁, 안형준, 임경빈, 임요한, 장진용, 정차웅, 정휘범, 진우혁, 최성호, 한정무, 홍순영. 2학년 5(27): 김건우(1), 김건우(2), 김도현, 김민석, 김민성, 김성현, 김완준, 김인호, 김진광, 김한별, 문중식, 박성호, 박준민, 박진리, 박홍래, 서동진, 오준영, 이석준, 이진환, 이창현, 이홍승, 인태범, 정이삭, 조성원, 천인호, 최남혁, 최민석. 2학년 6(25): 구태민, 권순범, 김동영, 김동협, 김민규, 김승태, 김승혁, 김승환, 남현철, 박새도, 박영인, 서재능, 선우진, 신호성, 이건계, 이다운, 이세현, 이영만, 이장환, 이태민, 전현탁, 정원석, 최덕하, 홍종영, 황민우. 2학년 7(32): 곽수인, 국승현, 김건호, 김기수, 김민수, 김상호, 김성빈, 김수빈, 김정민, 나강민, 박성복, 박인배, 박현섭, 서현섭, 성민재, 손찬우, 송강현, 심장영, 안중근, 양철민, 오영석, 이강명, 이근형, 이민우, 이수빈, 이정인, 이준우, 이진형, 전찬호, 정동수, 최현주, 허재강. 2학년 8(29): 고우재, 김대현, 김동현, 김선우, 김영창, 김재영, 김제훈, 김창헌, 박선균, 박수찬, 박시찬, 백승현, 안주현, 이승민, 이승현, 이재욱, 이호진, 임건우, 임현진, 장준형, 전현우, 제세호, 조봉석, 조찬민, 지상준, 최수빈, 최정수, 최진혁, 홍승준. 2학년 9(20): 고하영, 권민경, 김민정, 김아라, 김초예, 김해화, 김혜선, 박예지, 배향매, 오경미, 이보미, 이수진, 이한솔, 임세희, 정다빈, 정다혜, 조은정, 진윤희, 최진아, 편다인. 2학년 10(20): 강한솔, 구보현, 권지혜, 김다영, 김민정, 김송희, 김슬기, 김유민, 김주희, 박정슬, 이가영, 이경민, 이경주, 이다혜, 이단비, 이소진, 이은별, 이해주, 장수정, 장혜원. 단원고 교사(11): 고창석, 김응현, 김초원, 남윤철, 박육근, 양승진, 유니나, 이지혜, 이해봉, 전수영, 최혜정. 함께 타신 분들(33): 권재근, 권혁규, 김순금, 김연혁, 리샹하오, 문인자, 박성미, 백평권, 서규석, 서순자, 신경순, 심숙자, 우점달, 윤춘연, 이광진, 이도남, 이세영, 이영숙, 이은창, 이제창, 인옥자, 전종현, 정명숙, 정원재, 정중훈, 조지훈, 조충환, 지혜진, 최순복, 최승호, 최창복, 한금희, 한윤지. 선원(6): 김문익, 박지영, 안현영, 양대홍, 이묘희, 정현선. 선상 아르바이트생(4): 구춘미, 김기웅, 방현수, 이현우.

 

 

2024416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  

위원 정순택 대주교

조규만 주  

김선태 주  

유경촌 주  

박현동 아빠스

 

 

내용출처 https://www.cbck.or.kr/Notice/20242128?gb=K120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