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인쇄

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1-09 ㅣ No.1826

아이고 힘이듭니다. 오늘 드디어 복사단 친구들과 새벽 미사 후에 볼을 찼습니다. 공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상황에서 시작하여 날이 밝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역시 아침 운동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젊은(? 아니 어린인가) 친구들과 차니 역시 힘에 부칩니다. 우리 복사단 친구들이 참 기특합니다. 그 추운 새벽에 잘들 새벽 미사를 나옵니다. 아이고 귀여운 것들....

 

오늘 복음은 루가복음 4장 14-22절의 말씀입니다. 내용은 예수님께서 나자렛에서 안식일 날 회당에 들어가셔서 이사야 예언서의 한 부분을 읽으시고 그 내용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선언하시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 복음 말씀은 저의 서품 성구입니다. 사제들은 모두 서품을 받기 전에 일생 지향해야할 말씀을 선택하고 그것을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저의 서품 성구가 루가 복음 4장 18절의 말씀인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입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조금은 기특한 마음으로 오늘 복음을 묵상했습니다.

 

서품식에 참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품식의 백미는 서품자들이 부복(땅바닥에 엎드리는 것)하고 신자분들이 성인 호칭기도를 할 때입니다. 제가 받을 때도 그랬고 후배들이 받을 때도 그렇고 그 순간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은 없습니다. 저도 부복을 한 순간 주님께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가난한 이들을 버리지 않토록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하여 열심히 사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하고 말입니다. 그리곤 2년이 흘렀습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그런 지향으로 살아오지 않았음을 아니 지향은 그랬을 지 모르지만 몸으로는 실천으로는 택도 없었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으로 영신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행복하다고 하느님께서 그들 편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셨느냐? 그것은 어머니의 마음이 되면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두 자식이 있습니다. 한 자식은 부자이고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냅니다. 다른 한 자식은 가난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마음이 어느 자식에게 먼저 향하겠습니까? 하느님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가진 것이 없어서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 자식, 지금 삶이 힘들어 괴로와하는 자식에게로 하느님의 사랑이 먼저 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길이 될 테니까요.



13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