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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레지오의 기본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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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11-13 ㅣ No.31

제11장 레지오의 기본요소

 

레지오 마리애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보편적이고도 필수적인 방법은 단원 한사람 한 사람의 봉사奉事인데, 레지오 마리애는 이 봉사가 활동 대상자에 대한 단원의 ‘개인 접촉’을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지향志向한다.

 

단원들은, 성령께 바쳐진 레지오 마리애의 영성과 규율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 봉사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빠르고 쉽게 개인 성화聖化의 길을 걷게 된다. 레지오 마리애의 영성과 규율은 모든 단원들에게 동일하며 ‘하나’이지만, 성령께서는 이 ‘작은 봉사’를 바치는 단원 개개인의 노력을 비싼 값에 사 주시므로, 이로써 단원 각자에 알맞은 매우 다양하고도 강력한 은총charisma을 내려 주시기 때문이다.

 

단원 각자의 달란트와 레지오 마리애라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공동체성은 ‘일치 안의 다양성 및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라는 교회의 표어標語와도 부합되는 사도직 원리이다. 레지오 마리애가 지향하는 개인 성화의 원리는 ‘나’ 혼자의 힘으로 스스로 이루는 성화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화를 말한다. 따라서 교본이 ‘개인 성화’라는 용어를 통하여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공동체의 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서의 개인 성화이지, 개인 성화의 방법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아들어야 한다. 즉, 우리 각자가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는 그 다음 날이 보다 낳은 생활로 변해가는 성화의 길을 걷게 된다면, 그러한 우리의 작은 노력이 ‘나’를 통해서 활동 대상자들에게로, 이웃들에게로 점점 더 확산되어, 종국에는 공동체가 성화하는 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동참하게 된다는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레지오 마리애는 조직의 운영을 위하여 한 개인의 개별성과 독창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풍조風潮 가운데 하나인 개인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어떤 이들은, 레지오 마리애를 마치 세속 군대의 획일성을 그대로 답습한 비민주적인 군사 문화에 뿌리를 둔 단체 정도로 오해하여, 그들이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레지오 마리애라는 영신 단체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강조한 조직적 사도직의 중요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개인적으로 서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불리었다. 그러나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 신자들이 하느님의 백성(베드로1 5,10)으로 한 몸에 결합되기를(베드로1 12,12) 원하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조직적 사도직은 평신도들의 인간으로서의 요구와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요구에 잘 부합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교회의 교류와 일치를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한다. 그리스도께서도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그들 가운데 있겠노라”(마태오 18,20)하셨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리스도 신자들은 일치단결하여 사도직을 수행해야 한다. 조직적 사도직이 중대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교회의 단체 안에서나 혹은 여러 환경 속에서 사도직 자체가 공동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현대의 정세로 보아, 평신도들의 활동 분야에 있어서, 일치된 조직적 사도직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것은 긴밀한 협력만이 현대 사도직의 모! 든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그 성과를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군대의 조직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세속의 군대가 아니다. 군대에 있어서 대열隊列은 매우 중요하다. 군인 하나하나가 흩어져 제각기 싸운다면 그 자체로서는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군대는 조직이고 조직 안에는 조직원들의 임무가 설정되어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바로 이와 같은 강력한 조직과 규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영신적인 의미이기는 하나, 레지오 마리애를 군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 마디로레지오 마리애는 신심단체 이상의 신심단체이다.

 

‘군대’라는 용어는 그 정의定義 안에 운명 공동체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군대의 규율을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충성忠誠이라고 부른다. 충忠은 마음 心과 가운데 中자가 결합된 글자이다. 마음 가운데 둔 정신과 규율을 지키려는 자세! 이것이 충성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을 평가할 때 그의 자질이나 능력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며 오직 충성심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사령관이신 성모님께 대한 충성이며, 그것은 곧 하느님이신 성령님께 대한 순명이며 충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레지오 마리애가 단원의 활동을 평가할 때에는, 그가 수행한 활동의 결과를 보지 않으며, 그가 쏟은 노력의 정도를 본다. 따라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은 능력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충성심이라는 레지오 마리애의 기본 요소이자 심장心臟을 통해 활력을 얻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이 수행한 활동의 결과가 대단해 보인다 하여 자만할 일이 아니요, 시원치 않게 느껴진다 하여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성공의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랑의 의무가 있을 따름이다.”라고 하신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항상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밀가루라도 누룩이 없으면 부풀지 못한다. 아무리 많은 단원들이 있다 해도 사령관이신 성모 마리아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밀가루를 쌓아 놓은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미풍微風이 불어와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흩날리게 되거나, 아니면 반죽이 굳어 빵이 되지도 못한 체 딱딱하게 굳어버린 교만의 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번 마침기도를 바칠 때 마다 세상을 떠난 동료 단원들의 연옥 영혼을 위해서 기도하며, 우리 자신 역시 뗏세라의 그림에서처럼, 레지오 마리애의 천상天上 대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한다. 뗏세라의 그림은 ‘아치에스’, 즉 넓게 늘어선 대열을 나타낸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 한 폭의 그림을 처음 대하며,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는 ‘이 뗏세라야 말로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과 미래의 모습을 참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고 감탄한 바 있었다.

 

옛 로마의 전투에서도 모든 전술의 중심은 전열을 배열配列하는 데 있었다. 레지오 마리애에서 이와 같이 전열을 가다듬고 자신의 위치를 찾아 지키며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가 바로 주회합이다. 그러므로 주회합에 불참하는 것은 가장 으뜸가는 의무를 져버리는 행위이다. 회합과 단원과의 관계는 마치 돋보기 렌즈와 태양 광선의 관계와 같다. 돋보기 렌즈의 초점이 태양 광선을 집중시키면 불을 일으키고,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을 불붙게 한다. 활동은 열심히 하면서 주회합 참석을 소홀히 생각하는 단원들을 때때로 본다. 그러한 단원들은 결국 곧 시들게 되고, ‘있으나 마나 한 단원’으로 남아 있거나 쁘레시디움을 떠나고 만다. 우리의 공로와 기도는 마치 각각의 톱니바퀴와 같아서, 톱니가 독자성을 포기하고 서로 한 몸이 되어 일할 때, 비로소 엄청난 기계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의 주회합은 풍성한 은총이 약속되어있는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는 아름다운 기도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한 주 동안의 우리의 노고를 기쁘게 보고하는 결실의 시간이며, 새로운 봉사를 계획하는 기대의 순간이다. 어린 시절 가을철 운동회 때 여럿이 다리를 묶어 어깨동무하고 함께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우리는 혼자 달리는 육상선수가 아니라, 함께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달리는 동반자同伴者들이다. 우리가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했을 때,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서 입단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도 강요했거나 강요당한 일이 없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자유 의지로 스스로 레지오 마리애를 선택했고, 또한 선서宣誓를 통해서 하느님이신 성령님께 ‘함께 달리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신앙인들이 바로 ‘너와 나’,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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