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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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1-16 ㅣ No.1839

어제는 시노드 대의원 교육이 있었습니다. 제가 13지구 시노드 보좌대표이기에 (보좌신부님들이 눈이 높으셔서 바로 저를 시노드 보좌대표로 뽑으셨네요) 참석하였습니다. 제가 맡은 의안은 교회운영에 관한 부분이었고 어제는 그 부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노드도 그냥 한 번 해보는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21세기 서울 대교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서울 대교구가 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 1,40-45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병 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예수께서는 그 환자를 측은하게 여기시어 병을 고쳐주시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사제에게 보여 자신이 깨끗해진 것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병 고침을 받은 모든 이들이 그렇듯이 이 나병에 걸렸었던 환자도 예수님의 말씀에도 아랑곳 않고 널리 선전하며 퍼뜨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다가오는 나병 환자를 치유해주십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치유의 행위는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는 메시아적 행위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하신 것은 아니십니다. 모든 치유 행위의 앞에는 예수님의 치유행위의 동기가 나타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그 병자를 측은하게 여기셨다는 동기가 나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다가와 병이 낫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환자를 측은하게 여기셨다는 것입니다. 측은한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그 마음은 바로 당사자가 느끼는 아픔을 자신의 것인양 느끼는 마음입니다. 아, 좀 아프겠구나가 아니라 정말 내가 아프듯이 느끼는 마음인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드셨기에 치유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우리와는 참으로 다르시지요. 우리 같은 면 신문사와 방송사에 연락해서 내가 한 일을 세상에 알려라 했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말씀에는 치유가 예수님과 당사자의 관계에서 가능한 것이었기에 주님과의 관계를 더욱 더 다져야 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성이 드러나는 것은 다음의 일입니다. 치유를 통하여 그 환자는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삶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억압과 소외의 사슬로부터 벗어나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신 분을 생각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감사하고 예수님과의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예수님은 병을 앓았던 환자에게 알려주시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불치의 병을 낫게하는 신통한 의사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실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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