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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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2-13 ㅣ No.1905

오늘은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6년간의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중학교로 가는 친구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중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하고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마르코 7,24-30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로페니키아 출신의 이방인 여자가 마귀들린 어린 딸을 위해서 예수님께 딸애게서 마귀를 쫓아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하고 말씀하셨고 이에 대해 그 여인은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하고 사정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의 믿음에 감동되어 딸애를 고쳐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뜻밖의 예수님과 뜻밖의 여인을 만납니다. 평상시 우리가 접했던 예수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자신에게 딸애를 고쳐받기 위해 온 이방인 여인에게 강아지라는 표현을 쓰시면서 고쳐주시기를 거부하십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신데는 이유가 있으십니다. 하느님 나라의 의미와 모습을 올바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백성만으로도 벅차셨기 때문에 이방인에게까지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으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강아지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 여인은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는다고 함으로써 예수님을 감동시킵니다.

 

오늘 복음의 가나안 여자는 하느님께 매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매몰차고 매정한 주님의 말씀에 그 여자가 거기서 확 돌아가 버렸다면, 그 여자의 딸은 그대로 마귀와 함께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믿는 것이 아닙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옳은 말이다.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떠나갔다"하신 것처럼 이미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무 대답이 없어 보여도, 오히려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져도, 이 이방인 여자처럼 포기하지 않고 오로지 주님께 우리의 모든 것을 의지할 때, ’이미’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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