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Va Bene!와 Graz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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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46

제목:Va Bene! 와 Grazia!

 

 

 

 

 

내가 이태리 말을 처음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 나라의 언어속에 심어져 있는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Va Bene! 와 Grazia!는 이태리 언어속에 담겨진 문화적이며 감성적인 부분을 나에게 가장 잘 느끼게 해준 두 단어이다.

 

Va Bene! 는 "잘되간다", "좋다", 맞장구를 칠 때 "그럼!" 허락을 할때! "그렇게 하렴! 물론이지!" 슬퍼하는 이에게 용기를 주는 제스쳐와 함께 "힘내!"라는 뜻으로도 그리고 열심히 그 사람 편에서 듣고 있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등 주로 긍정적 상황을 나타내거나 어두운 상황을 밝게 만드는 단어이다..

 

 이 단어가 재미있는 것은 주어가 없다는 것이다. Va 는 가다. Bene 는 잘! 그럼 무엇이 잘되간다는 것인가?

 

주어는 바로 그 상황인 것이다. 즉 말하고 듣고 지금 함께 있는 모든 이들안에 벌어지고 말해지는  사건과 사실들이다. 이태리 사람들은 Va Bene!를 발음하면서는 자연 밝은 표정과 온화한 표정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 단어가 오가면서 나도 모르게 이 단어를 나에게 발음해주는 이에게 느끼는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은 정말 정답다고 말할수 있다.

 

이 단어들은 생활언어이기 때문에 구어체안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습관처럼 사용된다.

 

 처음 이태리에 와서 온지 몇일 안되어 어학학교가는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3명의 이태리 사람에게 물어물어 겨우 학교를 찾아갔었다.

 

 그런데 3명의 이태리 사람 모두 길을 친절히가르쳐 주면서 밝은 표정으로 건네는 말이 바로 이말이었다. Va Bene!

 

짐에 와서 사전을 찾아 직역해 보니 "잘 되어간다. 잘간다. 응!"이란 뜻이었다.

 

나는 그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난 길을 잃고 헤메는데 뭐가 잘되간다는 뜻인지? 잘 찾아갈거란 뜻인가?

 

 나에게 따뜻이 웃으며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단어의 뜻을 알길을 없었지만 그 표정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타향에서온 벙어리 신부에게 정다움! 바로 그것이었다.

 

Va Bene!는 또한 이태리인이 아닌 외국인이 이태리말을 배울 때 이태리 말을 잘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선생님이 시킨 발음이나 작문을 하면 선생님은 늘 이 단어로 격려한다. 발음을 좀 엉망으로 하고 철자 좀 틀린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이단어로 독려한다. 따라서  이 단어는 언어를 배우는 긴장감을 덜어준다.

 

즉 남을 배려하는 단어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단어 Va Bene!

 

이단어가 많이 쓰여지고 사랑받는 나라가 이태리이다.

 

이단어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현재라는 것이다. 완료도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로서 표현되어지면서 밝은 미래를 기원하고  그리고 과거의 일을 칭찬할수 있다는 마법과 같은 단어이다. 이단어가 현재인 것은 바로 살아있는 느낌! 사랑받는 느낌의 표현이기 때문인 듯 하다.

 

 우리말의 표현으로도 사랑했었어! 사랑할거야! 보다 사랑해!라는 느낌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힘이 된다.

 

이 현재적인 언어는 남을 격려하는 아름다운 기능외에 자신을 격려하고 고무시키는 자위(自慰)적인 기능을 또한 같고 있다.

 

"난 잘되어가고 있어! 난 잘하고 있는거야!"의 표현으로도 가능하다.

 

 바로 Va Bene!의 주어가 내가 처해진 이 상황과 나의 계획과 신념이 되는 것이다.

 

가톨릭에서 강복, 축복이란 라틴말로 Benedictio 라고 한다.

 

직역하면 "좋게 되게하다! 좋게 되게 하는것!"이다.

 

어느 상점에서 전화기를 사는데 조작법이 신형이라 그런지 점원이 무척 시간이 걸렸다.

 

한참을 기다리는 우리가 미안해서 인지 Va Bene! Va Bene!하였다.

 

잘되간다는 말인지 제발 너무 손님을 기다리게 하였으니 잘좀되라고 하는건지! 해석이 어려웠다. 그는 갑자기 이태리 말로 루치아 루치아! 나의 루치아!라고 말하였다.

 

그러더니 또 Va Bene!를 외쳤다. 아까와는 다른 밝은 톤의 Va Bene!였다.

 

알고 보니 루치아는 자신의 수호성녀였다

 

 이렇게 작은 언어의 습관안에도 자신의 종교심성이 들어있었다.

 

라틴말 속담에 인간이 먼저 노력하면 하느님이 이루어주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말로 하면 進人事 待天命이란 뜻이다. 즉 사람이 먼저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돕는다는 뜻이다.

 

성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늘 감사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늘 기뻐하십시오! 말씀하셨다.

 

이 단어가 바로 이세가지 생활덕목을 이루어주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즉 은총이란 나자신이 아무노력도 없이 하늘에서 공짜로 무엇인가 바라던 것이 덜컥 떨어질껏 같은 기복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취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이태리말을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능숙한 언어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Va Bene! 에 대한 종교적인 해석을 접어두고 이말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종교적 생활신념이라는 측면에서의 해석이라기 보다 자신 스스로가 긍정적인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자신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이리라는 깨달음이다.

 

유학의 길을 시작하면서 당하게 되는 어려움을 만난 나에게 용기를 준 단어!  Va Bene!

 

 

 

그런의미에서  Va Bene!는 참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자신감의 단어인 듯 하다.

 

 

 

Va Bene!와 함께 나에게 인상적인 단어가 또하나 있다. Grazia!이다.

 

 

 

Grazia !는 이태리 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이말을 이태리 사람들은 정말 우리 속담처럼 밥먹듯이 쓴다. 아니 밥먹는 이상으로 쓴다.

 

 

 

 내가 보기에는 무엇이 고마운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쓴다.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무엇이 고마운지 알수 없다는 나의 말이 인정없는 정서로 다가갈수 있겠지만 이들이 우리 보다 외적으로 조금은 더 친절한 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기숙사에서 오늘 빨래를 냈는데

 

 

 

 

 

 

 

 번호표를 붙이고 잠바나 울종류는 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알아듯는데 20분이 걸렸다.

 

 

 

 

 

 

 

 답답하기는 서로 마찬가지지만 한국사전을 가져오라고 해서 단어를 하나 하나 찾아주시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참 아름다운 주름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Grazia!라고 해야 되는 상황에서 나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보다는 아! 알겠어요!라는 말만 나오고 그 아주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Grazia!라고 말씀하시니 입장이 바뀐것 같다. 자신의 말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뜻같았다.

 

 

 

 

 

 

 

이태리어에는 칭찬하는 말 그리고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매우 세분히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이태리어를 세계에서 아름다운 언어중에 하나로 꼽는 이유가 된것 같다.

 

 

 

 

 

 

 

칭찬하고 아름다움을 밖으로 표현할줄 아는 정서가 참 좋아보였다.

 

 

 

 

 

 

 

 

 

어렸을 때는 참 "감사합니다!"를 습관적으로 자주하곤하였는데 어른이 되고서 부터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왜 점점 나의 언어에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미사시간에 성서를 낭독하고 나면 그것을 들은 신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하느님!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미사의 전례를 다른 말로 감사제라고 한다.

 

 

 

 

 

 

 

미사전례안에서도 감사와 기쁨이 주요 정신과 뜻인데! 미사의 전례안에서만 형식적인 대답이 아니라 삶안에서 작은 것 하나에서 부터 "감사합니다."를 쉽게 할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감사와 사랑은 쉽게! 그리고 자주! 또한 꾸준히!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Va Bene! 와 Grazia! 이두글자를 나의 방에 예쁘게 써붙였다.

 

 

 

 그것은 긍정적 사고를 통한 자신감 그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독립심을 얻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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