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A 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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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43

제목: A Dio!

 

 

 

이태리에서는 크게 두종류의 작별인사가 있다.

 

 

 

 

 

안녕!이라는 뜻의 Cio!

 

 

 

 차우!는 만났을 때나 헤어질 때 모두 쓰지만

 

 

 

 Arrivederci!는 다시 만나자는 뜻으로 헤어질 때만 쓴다.

 

 

 

 작별인사로 그밖에도 인사말은 참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작별인사가 두종류로 나눈다는 것은 A Dio!라는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A Dio! 는 살아서는 만날 기약이 없을 때 그리고 이젠 영원한 작별을 해야할 순간에 쓰는 인사말이다.

 

 

 

즉 이 세상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재회를 기약하는 반가운 인사와 이세상에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나 다시 새로운 세상에서의 영원한 재회를 믿는 인사!

 

 A Dio! 는 따라서 이별과 만남이 함께 공존한 인사이며 기도의 한 형태이다.

 

 

 

A Dio!는 직역하면  A 는  어디로 향하여! 그리고 Dio 는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A Dio! 하느님을 향하여!

 

 

 

영원한 존재인 절대자의 영역을 향하여 나아가 그곳에서 재회한다는 뜻이다.

 

 

 

그 끝이 없어야 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랑의 끝과 시간의 끝이다. 사랑이 아무리 크다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만남이 시간의 한계가 있다면 그 사랑은 일시적이고 안타까울 뿐일 것이다. 더욱이 사랑의 크기가 크고 깊을수록 그 안따가움은 더 클것이다.

 

 

 

한남자가 기차를 탔다.

 

그 기차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첫 눈에 서로 이끌린 두 연인은 아름답고 정다운 이야기로 행복하였다. 그러나 그 여인은 지금 인생의 마지막 역을 향해 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녀는 암환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병원의 요양소에서 나와 이제는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자신에게 유일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장님이 된 늙은 수녀님에게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녀는 고아원에서 키워졌고 그 수녀님외에는 그녀의 고된 인생동안 그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영혼 깊숙히 느끼게 해준 사람은 없었다.

 

 드디어 그녀가 내릴 역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역을 지나쳤다. 그 역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그 남자는 물었다. "어디서 내리시지요?"

 

"벌써 그 역은 지났어요!" 남자가 물었다. "왜 내리시지 않으시죠?"

 

"내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별하기 싫어서요!"

 

그 여자는 자신이 암환자이며 이젠 얼마 살수 없는 마지막 기차를 탄 것을 말해주었다.

 

늘 자신을 누군가가 사랑해 주길만을 바랬던 자신! 그리고 가난하고 병든 자신이 누구에게나 짐이 된다고 느꼈던 자신! 그리고 자신을 떠나는 모든이를 저주하였던 자신! 그런 자신이 누군가가 좋아져서 내려야만 하는 기차역을 지나치는 자신의 설레이는 영혼을 바라보면서 자신은 행복하였음을 말해 주었다. 자신의 몸은 죽어가고 있지만 사랑을 향한 그녀의 영혼은 오히려 생명력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랑의 생명력을 처음으로 느낀 그녀는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내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별하기 싫어서요!"

 

 

 

한동안 정막이 흘렸다.

 

 

 

남자가 안따가운 마음에 물었다.

 

"사랑이라는 종착역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딜까요?"

 

여자가 대답하였다.

 

"사랑이라는 출발역이 어딘지 가르켜 주면 말해드리지요?

 

 

 

그 날밤 그 여인은 육신의 종착역에 편안히 도착하였다. 남자에게 A Dio!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

 

 

 

얼마뒤 한 젊은이가 열차의 보일러공으로 그 열차에서 일하게 되었다.

 

열차 기관장은 물었다. "이처럼 힘든 일을 왜 하러 지원하였나?"

 

"이 열차를 멈추지 않으려고요! 힘차게 제손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 젊은이는 다름아닌 그 남자였다.

 

그 젊은이는 열심히 일하였다. 그리고 기쁘게 일하였다.

 

그가 힘차게 석탄을 열차에 퍼서 넣으면서 그의 시꺼멓게 된 얼굴에 핀 하얀 치아는 늘 미소띤 입가에 빛났다.

 

세월이 지났다. 그는 기관장이 되었고 이젠 그 열차도 늙어서 마지막 운전을 얼마두지 않고 있었다. 그 젊은이가 이젠 그 하얗던  치아만큼이나 백발이 된 기관장으로서의 은퇴식을 갖게 되었다.

 

시에서는 그의 근면성을 포상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을 마다하였다.

 

그는 마지막 소원으로 그녀와 처음 타서 평생을 운전했던 그 열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의 소원대로 그는 그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그 종착역에 다다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 사랑의 출발역은 당신이었어요! A Dio!"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날 그녀가 자신에게 한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얻었다.

 

그 답은 벌써 그녀가 하였던 말이고 그가 지금 하였던 말이다.

 

A Dio!

 

이 세상에서의 한시적 사랑과 또 짧은 이별이후에 영원한 만남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은 그 남자의 인생이 바로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남자의 사랑이 바로 그 열차를 끝까지 움직인 힘이었다.

 

그 이후 사람들은 그 열차를 "영원한 사랑"이라 부른다.

 

 

 

 내가 사는 곳은 이곳 뻬루지아 교구의 은퇴신부님들이 모여 사시는 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신부님들이 대부분 팔순이 넘으셨고 다 병약하시다. 기침도 잦으시고 걸음도 불편하게 걸으신다.

 

오늘 점심식사전에 복도에서 한 노신부님이 복도를 천천히 걸어오시는 것을 보았다.

 

아주 천천히 걸어오시는 모습 휜 어깨, 벗어진 머리, 얼굴에 주름,

 

어두운 복도가 괜히 싫어서 복도의 불을 내가 나도 모르게 켰다. 왜 켰을까?

 

신부님께 밝은 복도가 되게 해드리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것이 나의 모습이 될것이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신부님은 불을 끄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다시 묵묵히 걸어가셨다. 나를 지나치셔서 ....

 

나는 그 노사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에서 숙연한 기운을 느껴졌다. 표현할수 없는 느낌!

 

한평생을 신의와 믿음으로 살아온 영혼의 채취가 풍겼다. 나는 오늘 교회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힘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로마의 위대한 조각이 새겨진 웅장한 교회의 건축물이기 보다 바로 그 신부님의 휘어진 어깨에서 풍기는 바로 그 숙연한 교회에 대한 사랑이었다.

 

 

 

어제 은퇴신부님 한분이 돌아가셨다.  

 

A Dio! 라고 그분에게 말할수 없었고 그 분의 얼굴을 알수 없었지만

 

이곳에 사는 가족인 우리는 모두 함께 미사때 그분을 위해 기도하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A Dio!라는 인사를 해야 할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 인사를 하는 횟수가 늘겠지!

 

 .

 

오늘은 이곳 뻬루지아의 축제일이다. 이곳 축제일은 이곳 도시의 종교의 자유와 시민들을 위해 순교한 한 사제를 기리는 날이다. 1800년 이곳에서 한 주교님이 순교하셨다. 정말 오래전 일이지만 이곳 뻬루지아의 많은 건축물속에 그리고 의식안에는 그 주교님이 등장한다.

 

나는 물었다. 그 주교님이 무엇을 하셨나요? "이 도시를 사랑하셔서, 죽기까지 사랑한다고 하셨대요! 이도시를 가장 많이 사랑하신 분이지요!"

 

자신들을 가장사랑한 사람을 도시의 상징으로 정한 뻬루지아!

 

그 상징은 아마도 가장 살아있는 상징이 아닐까? 그리고 가장 영원히 지속될 상징이 되지 않을까?

 

오늘 미사때 돌아가신 은퇴신부님과 신의와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목숨을 받친 모든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그러면서 기도 끝에 인사를 하였다.

 

 

 

 A Dio!

 

 

 

인생이란 삶과 죽음이 공존(共存)하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 하루는 차우!와 아디오!의 인사를 함께 나누는 하루였다.

 

 

 

이 세상의 모든 이별은 다시 영원한 만남이라는 역으로의 환승역임을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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