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마리에-old

제10장 레지오 사도직

인쇄

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10-11 ㅣ No.24

제10장  레지오 사도직

 

흔히 공인 교본의 내용이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교회의 중심 교리나 신학적 용어들  예컨데, 그리스도 신비체 또는 지체론(肢體論), 초자연적 동기나 신적모성 또는 사도직 등 - 과 같은 단어나 그 용어의 의미를 이 교본을 읽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이미 어느 정도는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쓰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우기, 이러한 가톨릭의 기본적인 신학   용어는 레지오 마리애라는 영신적 공동체의 영성이나 색깔과 함께 혼합 되므로, 만일 단원이 이 용어들이 지니고 있는 기본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교본을 처음 대하는 경우, 교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데 다소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공인 교본의 내용을 해설하고 있는 본 원고(原稿)의 기술 방식은 교본의 내용을 실제상황에 적용하고 응용하는 예를 들어 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톨릭 문화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교본이 제시하는 기본적인 교회의 용어에 대한 신학적이며 역사적인 의미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교본을 좀 더 정확히 해석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용어 해설집’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인 교본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도직’이라는 용어의 개념과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사도직(使徒職, apostolate/apostolatus)이란 글자 그대로 ’사도적 직무’를 말한다. 이는 그리스도의 첫 제자들인 열 두 사도의 직무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신앙 안에서 나름대로 사도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모든 그리스도교인의 직무이기도 하다. 이 말의 어원은 파견, 사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포스톨래’(Apostole)이다.

 

성서(로마 1,5, 1고린 9,2, 갈라 2,8)는 열 두 사도의 직무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하고 교회 건설에 기초가 되는 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직무는 안수와 파견을 통하여 계승되는데, 이처럼 직무를 계승한 자들은 그 직무의 성질에 따라 단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예수님과 사도들의 사명을 이어 받아 구현하는 것이다. (요한 20,21 참조)

 

사도로서의 사명을 이어 받고자 하는 평신도들의 활동을 ’사도직’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의 일이다. 초대교회와 중세 이전까지는 사도들과 그의 후계자인 주교들의 직무만을 사도직이라 하였고, 교황 그레고리오 7세(1073-1085)는 기존까지 하나의 백성으로 불리었던 교회의 구성원을 교회법상의 구분을 통해 성직자와 평신도의 두 계급으로 완전히 구분하였고, 그 후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세 계급으로 교회의 구성요소를 명문화하였다. 이러한 배경 아래서 교회는 주교 사제 수도자의 신앙 전파 활동을 위한 직무만을 사도직이라 일컫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사도직이란 본디 ’그리스도의 직무’이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일에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것(1고린 1,1 참조)이다.  즉, 신품성사에 의한 교계적 사도직이나 성세성사와 견진성사에 의하여 그 자격을 부여 받는 평신도 사도직 역시 동일한 사도직이다. (요한 4,14, 7,38, 로마 6,1-12 참조)

 

20세기에 접어 들면서 교황 비오 10세(1903-1914)는 교서를 통하여, 그리스도교 생활의 회복과 강화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가톨릭 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이 활동은 교회와 사회에 있어서 가장 가치 있는 필수 사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교황의 이러한 주장은 평신도 사도직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도화선이 되었으나, 당시 교회의 목소리는 현실에 대한 추상적 이고 연역적인 원칙만을 나열하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신학자들은 평신도 사도직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하여 교회의 종교적 사명에의 참여와 세상의 복음화 과정 안에서의 참여 그리고 성직자 와 평신도의 관계 등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필수적으로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결국 이러한 당시의 신학적 시대 상황과 노력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룩한 ’평신도에 대한 교의적 고찰’의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도직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심화 시켰는데, 과거에 사도직의 근거를 사도적 계승을 이어받은 교회에서 찾던 관점이 공의회 이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찾으려는 경향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교회는 교계 사도직만을 사도적 전통을 이어받은 합법적인 사도직으로 인정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도직을 수용하고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여러 가지 직책으로 나누어지지만, 그 직책들은 본성상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하나의 사도직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에서 공의회는 사도직을 ’교회의 모든 지체들의 활동’이라 정의하고, ’그리스도교 신자로 부르심을 받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에 부르심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언 하였던 것이다.

 

"교회 창립의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 왕국을 전세계에 펴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케하고 또한 그들을 통하여 전 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활동을 사도직이라고 부른다. 교회는 모든 지체들을 통하여 이 사도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실천한다. 사실, 그리스도 신자로 부르심을 받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에 부르심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평신도도 또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며 교회와 세계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사명을 자기 나름대로 완수 하고 있다. 평신도들은 복음 선포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현세 질서를 완성하는 활동으로써,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명백한 증인이 되고, ... 이런 활동으로써 그들은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1)

 

평신도 사도직의 가장 큰 특징은 세속성이다. "세속에 살면서 세속 일에 파묻혀 있는 것이 평신도의 특징이므로, 그들이야말로 그리스도교적 정신에 불타며, 누룩같이 되어, 세속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참여와 연대’이다. 이전 교회가 세속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평신도를 수동적으로 평가한 반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속과 세속을 살아가는 평신도들을 복음화의 능동적인 장(場)과 주체로 인식하였다.

 

그러면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하는 기초와 원리는 어떤 것인가? "평신도는 사도직 수행의 권리와 의무를 머리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에서 받는다. 평신도는 성세성사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되고, 견진성사로 성령의 힘을 받아 강해졌으며, 주님으로부터 사도직 수행의 사명을 받았다. 평신도가 거룩한 백성으로서 왕다운 사제직에 참여하도록 축성된것은 모든 활동으로 영적 제물을 봉헌하며,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 이다. 성사로써, 특히 가장 거룩한 성체성사로써, 전(全) 사도직의 영혼과 같은 사랑이 부여되고 자라는 것이다. 사도직은 믿음과 바람과 사랑으로 실현되는 것이며, 이 신(信),망(望),애(愛), 삼덕(三德)은 성령이 교회의 모든 지체들 마음 속에 부어 주신다. 더구나 주의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의 계명이 모든 신도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여,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고, 모든 사람에게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려, 만인의 영원한 생명을 얻어 주도록 재촉한다.(요한 17,3)" 2)

 

"이 같은 사도적 영신 생활의 완전한 모델은 사도들의 모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이시다. 마리아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지상 생활 중에서 가정을 돌보시고 일에 쫓기면서도 언제나 당신의 아들 천주 성자와 결합되어 계셨으며, 구세주의 성업을 전혀 독자적인 방법으로 거들어 드리셨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지금은 ’당신 모성애로써 아직 나그네 길에서 위험과 곤란을 겪고 있는 성자(聖子)의 형제들을 행복한 고향에 인도될 때까지 돌보아 주신다.’ 모든 신도들은 성모를 열심히 공경하며 자신의 생활과 사도직을 성모의 모성배려에 맡겨 드려야 하겠다."3)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은총을 받음으로써 이루어지는 인간 구원을 목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와 그 지체들의 사도직은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알리고, 그리스도의 은총을 전해 줌으로써 수행된다. 이것은 주로 말씀 전파의 직무와 성사집행으로 이루어지므로 특히 성직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평신도도 이 점에 있어서 ’진리의 협조자’가 되기 위하여 완수하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런 점에서 평신도 사도직과 사목자들의 임무는 서로 협력하여 보완해야 한다. 평신도들에게는 복음 전파와 성화의 사도직을 수행할 기회가 무수히 있다. 그리스도교적 생활의 증언 자체와 초자연적 정신의 선행은 사람들을 신앙과 하느님께로 이끄는 힘이 있다. 주께서도 ’이 같이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어 사람들로 하여금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성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태 5,16) 하셨던 것이다."4)

 

 

1) 평신도 교령 2항

2) 평신도 교령 3항

3) 평신도 교령 4항

4) 평신도 교령 6항

 

 

 

 

 



1,02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