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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레지오 단원과 그리스도 신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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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8-12 ㅣ No.23

제9장 레지오 단원과 그리스도 신비체

 

1. 이 교리는 레지오 봉사의 기초이다.

 

모든 스포츠의 원동력은 기초체력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바탕 위에 기술이나 전력을 쌓으려 노력함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6월, 우리의 자랑스러운 ’붉은 전사’들을 월드 컵 4강(四强)에까지 진군시킨 히딩크 감독의 전략은 바로 그 기초를 중시하는 정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평범한(?) 진리가 한 사람의 지혜와 실천적 능력을 통하여 23인의 ’붉은 전사’와 온 겨레의 몸과 마음에 엄청난 에너지(energy) 되어 물결치며 흘러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기초가 대단히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 범(凡)국민적 체험이었다.

 

교본 제9장은 그러한 의미에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봉사의 기초원리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리스도 신비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교본은 다음의 성서의 말씀을 인용함에 의하여 이를 뚜렷이 설명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진다.’(에페 1,23) 즉, 그리스도는 이 몸의 머리요 우두머리이시며 없어서는 안 될 완전무결한 부분으로서, 다른 모든 부분은 이곳으로부터 힘과 생명을 나누어 받는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더할 수 없이 밀접한 관계로 그리스도께 결합된다. 그러므로 이 신비체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성서에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듯이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이다.(에페 5,30) 지체와 머리, 그리고 지체와 지체 사이에는 서로 사랑하고 섬겨야 하는 신성한 의무가 있다.(요한 4,15-21)"

 

교회란 한문으로 ’가르침의 모임’이란 뜻이다. 즉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모인 공동체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르침이란 복음을 의미한다. 즉 생명의 말씀으로서 이 말씀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방법이 들어있으며, 하느님의 구원계획의 참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교회라는 공동체는 입시를 목적으로 모인 학원의 학생들이 아니다. 개체로서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 곳으로 모여든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의 한 몸이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있고 또 여러 기관이 합쳐져서 하나의 생명을 이루는 것처럼, 교회는 유기체적(有機體的)인 집합체이다. 즉, 100명이 모였다하여 100개의 몸이 아니요, 오직 ’한 몸’일 따름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하신 비유의 말씀에서도 확실히 드러나며, 예수님은 결국 이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 신비체’를 말씀하고 계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회 공동체의 특성은 첫째로 생명 공동체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이란 이 세상에서의 한정적인 생명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일치, 즉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누리게 되는 영원한 생명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생명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죄에 죽고 세례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교회의 입문성사인 세례성사를 받은 것이다.

 

둘째로 봉사를 통한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이다. 신비체란 신비스러운 몸, 거룩한 몸이란 뜻이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 죄 때문에 당신을 봉헌하시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분이되신 우리 구세주를 기념하고 그 분의 십자가 죽음의 현장을 재현하며 감사의 ’산 제사’를 올린다.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하여 말씀의 전례 안에서 그분의 생명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세상구원을 위한 그 분의 역사하심을 배우고 묵상한다. 또한, 성찬의 전례를 통해서는 그 분의 거룩한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신다. 따라서 신비체란 말 속에는 성체성사로 하나 되는 사랑과 나눔, 특히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상의 희생이 담겨져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마음에 새겨야 할 일은, 우리가 ’하느님과의 일치’ 혹은 ’예수님과의 하나 됨’을 말할 때, 그것이 단지 영적인 일치나 영적으로 하나 되는 소위 ’소속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일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는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인 희생(실제 있었던 죽음)과 사랑의 행위(그 죽음을 통한 실천적 사랑) 안에 그 실질적인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변적(思辨的)이며 이론 중심의 봉사 원리가 될 수없으며, 다만 실천적이며 증거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그런데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수행하는 주간 활동이 매우 중요하고도 깊은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 봉사의 기초 원리를 그리스도 신비체에 두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초자연적 동기에 의한 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욱 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초자연적 동기에 의한 봉사’에 대해 교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맨 처음 레지오 단원들이 가진 회합에서는 그들이 시작하고자 하는 봉사 활동이 단순한 선행의 차원을 넘어서서 초자연적인 성격을 지녀야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레지오 단원이 사람들을 접촉할 때에는 당연히 친절해야 하나, 단지 그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뵈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그들이 활동 중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 특히 가장 약하고 미천한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우리 주님께 베풀어 드리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 하도록 했다."

 

레지오 마리애를 자선 단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또한 인류애를 실현하는 봉사 단체의 정신과도 사뭇 다르다. 즉, 그들이 활동 중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 특히 가장 약하고 미천한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우리 주님께 베풀어 드리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 하도록 했다’는  교본의 핵심 문장은 세상의 봉사와 우리 레지오 마리애의 봉사가 어떻게 다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장례미사 때의 복음 말씀은 항상 같은 구절이다. ’너희 중에 가장 미소한 자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고 너희 중에 가장 미소한 자가 힘들 때 그를 돕지 않은 것이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의 말씀이다. 이 원리는 그리스도인의 선택적 삶의 원리가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난 우리 자신이 마지막 장례미사 때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매달 첫 주회합 때 낭독되는 상훈(常訓)을 통하여 이러한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에 입각한 초자연적 동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봉사의 의미를 되새긴다.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우리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뵙고 섬기듯이 할 것!"

 

교본에는 ’초자연적 동기’ 또는 ’초자연적’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것은 소위 초능력을 의미하거나 인간이 지니는 본능이나 인간 한계의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신비체 내지는 신비체 교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봉사에 있어서의 ’자연적 동기’와 ’초자연적 동기’를 비교해 보면 된다.  인류애(humanism)라고 일컬어지는 ’자연적 동기’는 인간 본성 안에 하느님이 심어주신 선한 마음과 양심을 나타낸다. 인간은 설사 신앙인이 아니라 해도 악보다는 선의 가치를 선택하려는 본성적 의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 안에는 하느님의 존재라든지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교본에서 말하는 초자연적 동기는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에 기초한 의지적인 봉사를 의미하므로, 교본에서 초자연적 동기라는 말이나 신비체라는 단어를 접할 때는 이 단어들을 영적인 세계의 심리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형이상학적이며 사변적인 단어로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레지오 봉사의 기초는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에서 잉태된 초자연적 동기라는 ’변화의 진리, 즉 인간과 인간 사이의 행위를 하느님께 드리는 행위로까지 높여 주는 이 원리’ 에서 탄생되었으며, 이 원리는 그리스도 신앙의 중심교리인 것이다.

 

 

첨부파일: 제9장레지오단원과그리스도신비체-9월원고.hwp(2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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