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령 강림 대축일(나해) 요한 20,19-23; ’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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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5-13 ㅣ No.4663

성령 강림 대축일(나해) 요한 20,19-23; ’21/05/23

 

 

  

 

 

 

우리는 오늘 본당 설립 112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신앙을 전해주신 부모님과 대부모님, 그동안 우리에게 세례를 주시고 성사를 주시며 매일 성체성사를 봉헌하며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셨던 본당의 역대 신부님들과 기도해주시고 함께하시며 이끌어 주셨던 수녀님들, 평신도 지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그동안 이 본당에서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가 우리보다 먼저 주님께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양으로 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신앙을 성숙시키며 주님께 나아가고 있는 곁에 있는 형제자매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인 우리에게 평화롭게 살려면,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용서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안 되므로, 성령의 도우심을 받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못박혀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모두 도망가버렸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곧 유다인들의 왕이 되실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잡아다가 로마인들에게 넘깁니다. 로마인들의 유다인 지도자들의 사주로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해 죽여버립니다. 유다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자신이 하느님과 같다고 주장한 신성 모독죄로 고발했고, 로마 점령군은 로마 총독의 반역자로 예수님을 죽여버립니다. 제자들은 허망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을 추모하기에는, 자신들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예수님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호소할 데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를 모색하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자신들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처절하기만 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도 유다인들에게 잡혀서 죽을까봐 무서워서 다락방에 숨어서 하루하루를 불안과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자들의 상황이 얼마나 황망하고 불안했을지 쉽게 짐작이 갑니다.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요한 20,19) 그렇게 불안과 두려움속에서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문이 모두 잠겨있었는데도 들어오셔서 제자들 앞에 서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1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시며,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예수님이 생전에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예수님이심을 믿도록 하십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20) 제자들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이 다시 살아서 그들 앞에 나타나신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죽은 줄만 알았던 예수님을 다시 뵙고는 기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시 평화를 심어 주시면서, 새로운 소명을 주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보내주십니다. 성령을 받아서 형제자매들을 용서하고 평화를 누리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22-23)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서 기쁘고 행복하며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십니다. 혼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둘이 있을 때, 특별히 내가 부담스러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불안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미움이 싹트면, 나 역시 분노로 들끓어 오릅니다. 불편하고 힘겹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어서 미워하는 것이 아닌데, 누군가를 미워하기로 작정하고 결심해서 미워하는 것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스며든 악한 감정은 나를 힘겹게 합니다. 내가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형제자매를 볼 때만 힘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그 형제자매가 떠오를 때마다 분노가 들끓어 오르고 분에 가득차 내 몸마저 떨립니다.

 

혹여 안 보고 안 만나며 나 혼자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못합니다. 더군다나 혼자 있을 때나 기도할 때면 그 형제자매가 주 예수님과의 통로를 가로막고 서서 분심과 잡념의 근원이 되는가 하면, 주님께 집중하지 못하고 내 맘속에서 그 형제자매에 대한 내 집념과 핑계와 합리화로 싸우게 되면서, 기도도 망치게 됩니다. 또 내 마음을 들끓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번씩 용서를 하고 다짐을 하며, 용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다시 그 형제자매를 만나거나 그 형제자매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면, 다시 또 나도 모르게 내 맘속에 키워 놓은 분노가 폭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남인데도 전에 내 마음을 뒤집어 놓았던 그 형제자매를 연상하며, 까닭 없이 흥분하고 미워하며 불편해지고 비정상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나도 그런 내가 싫고, 벗어나고 싶고, 그 상처를 치유받고 싶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은 물론이요, 나 스스로 용서하고 떨쳐버리고 싶지만 내 자력으로는 내 맘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빈번히 떠오르는 불편한 감정에서 헤어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주님께 청합니다. 주님, 저를 사로잡고 있는 이 부당한 감정에서 건져주소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악에서 헤어나기 위해서 성령께서 임하시기를 청하십시오.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를 사로잡고서 뒤흔드는 부정적인 감정과 분노에서 건져주시고, 평화를 주시기를 간구하십시오. 성령께서 오셔서 주 하느님의 그 큰 사랑을 우리 마음속에 부어 주심으로써 우리 마음속의 사랑이 아닌 부정적인 감정을 다 몰아내 주시고, 우리를 그 미움과 분노와 원망의 노예로 불편하고 힘겹게 하는 모든 죄악의 굴레에서 건져주시기를 청하십시오.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우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성령께서 오시어 우리 마음속에 사랑만이 가득차게 해주심으로써, 억울함과 슬픔과 분노와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다 녹여주시고 치워주시어,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허락하신 참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렇게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악마의 굴레에서 빚어진 불편하고 부당한 감정에서 벗어나, 평화를 누리게 되면, 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대로, 우리도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를 세상 사람들과도 나누기로 합시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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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대축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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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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