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베네치아의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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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38

제목: 카니발!

 

 

 

카니발 (Carnevale)은 고기라는 뜻의 Carne와 안녕!이라는 말의 vale의 합성명사이다.

 

즉 고기여 안녕!이라는 뜻이다. 천주교의 사순절은 40일동안 예수님의 인류구원을 위한 수난을 묵상하며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의 에집트에서의 탈출사건을 통하여 나타난 하느님의 구원신비를 기념하고 이 기간동안 극기와 절제 그리고 회개를 통하여 자신을 성화시키는 기간이다.

 

 성서에서의 40이라는 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40은 기다림과 정화 그리고 계약을 의미하는 수이다.

 

구약에서 '40주야'로 내린 노아의 홍수가 그랬고,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십계명판을 받기 전에 40일을 기다렸으며 예언자 엘리야가 호렙산에 갈 때 천사가 준 음식을 먹고 40일을 걸어서 갔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의 복지에 들어가기까지 40년을 광야에서 보냈으며 신약에도 예수께서 40주야를 금식하였고 부활하신 후에도 40일간을 지상에서 머무셨다. 사순절 동안 천주교 신자들은 금욕생활을 한다.

 

따라서 카니발은 사순절동안 먹을 수 없는 고기를 미리 먹는 축제라고 할수 있다.

 

언어학교에서 이태리 문화기행으로 사순절이 시작되기 1주일전에 수상도시인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가면카니발 여행을 기획하여 1박 2일의 여정으로 같은 반 친우들과 함께 이태리 2대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에 참석하였다.

 

 이 축제는 수상도시인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것이외에 카니발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가면을

 

씌고 참석하는 것이 매우 전통적인 요소이다.

 

 사람이나 인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은 Persona이다. 이 말이 태어날 때는 인격이나 사람이외에 가면이라는 말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주로 연극을 할때 가면을 씌고 하였기 때문에 역할내지는 배역이라는 뜻도 있는 이 말은 카니발을 참석하는 나에게 깊은 사색으로 나를 이끌었다.

 

모든 인간은 가면을 씐 배우처럼 자신이 당위적으로 행동하고 느껴야 하는 역할이 있으며 그것이 어떨때는 자신이 벗어버리고 싶은 고착적인 구속으로도 그리고 내세우고 싶은 허황된 자존심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또한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반대로 슬퍼보이면서도 마음 안에는 끝없는 희망과 사랑을 간구하는 존재였시 인간이다. 동물은 자신의 감정을 인간처럼 속이거나 감출수 없다. 그리고 자신만의 존재양식을 갖을 수도 없다.

 

 인격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통칭하는 언어이면서 인간의 고귀함이 담긴 고유성과 다양성 그리고 이중성을 내포하는 언어이다.

 

2일간 저 넓은 성 마르꼬 광장의 수많은 인파와 예술적인 조각과 건축보다 나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가면을 쓴 사람들의 모습들이었다.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자신들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나라의 가면을 쓰고 전통적인 놀이를 하는 사람들!

 

 저렇게 기쁘게 놀고 소리를 지를수 있는 것은 저들이 가면을 썼기 때문이다.

 

함께 간 학생들중에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하였다.

 

호화롭게 차려 입고 아름다운 가면을 써서 많은 이들이 함께 촬영제의를 받는 사람일수록 주로 노인들이다는 것이다.

 

매우 비싼 의상을 준비한 그들은 정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기가 싫은지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늙은 외적 모습을 가리고 화려한 가면과 의상을 입고 박수과 주목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 모습이 인간이면 누구나 바라는 마음씨였다. 늘 늙지 않고 아름다워서 주목받고 싶은 그 마음!

 

 나는 그말을 듣고 갑자기 가면속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았다.

 

정말 화려하게 차려 입은 가면과 의상의 주인공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중을 뚫고 유심히 그 가면속의 사람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정말 그들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화려한 의상과 가면을 쓴 체 사진기의 프래쉬를 받으면서 포즈를 취하는 그들의 마음이 왠지 불쌍히 보이기 까지 하였다.

 

하지만 나역시 그 어른들의 나이가 되면 당연히 젊음에 대한 진한 향수가 느껴지겠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갖는 향수병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젊은 나날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이다.

 

 어떤면에서는 그래도 가면카니발에 참석한 저분들이 매우 용감하고 진취적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든 다른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가면 대신에 화장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야하는 운명이다. 그렇게 화려했던 카니발도 막을 내리면 재의 수요일로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카니발은 사순절의 전야 행사이고 사순절은 부활절의 전야행사이다.

 

 재의 수요일날 신자들은 머리에 재를 받으며 자신이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기억하며 자신의 미약함과 겸손된 회개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카니발의 의미와 사순절의 의미는 상극이다. 고기를 못먹기 때문에 그것을 축제로 까지 확대시켜 즐기는 이곳의 문화 그리고 가면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한순간이나 자신의 바램대로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 참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늘 변화하는 인간에게 그러면 영구히 변화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동물들은 걱정이라는 것이 없다. 인간에게 만이 걱정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 내지는 본성을 정(情)이라고 한다. 그중에 가장 많은 정은 걱정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떠올랐다. 물론 걱정의 정이 정(情)을 나타내는 지는 모르지만 그말이 가면 카니발을 참석하고 돌아오는 나의 뇌리에 왠지 모르게 떠오른다. 인간에게 늘 함께 있는 것은 바로 걱정이 아닐까?

 

인간에게 걱정이 많은 것은 정말 지금 상황이 어려운 것이기 보다 본인 스스로의 외적인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사순절에는 편안한 극기(?)를 하기로 했다. 편안한 금욕(?)을 하기로 했다.

 

편안한 극기란, 편안한 금욕이란 무엇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힘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극기가 일회적이면 교만의 덕이 쌓이고 금욕이 일회적이면 자만의 덕이 쌓인다.

 

 전력질주의 달리기보다 매일 조금씩 빨리 걷는 것이 몸에는 더 좋다고 한다.

 

 천국에 가기위해서는 성덕이 있어야 한다. 한번 정말 큰 선을 실천하였다고 천국에 갈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선이 습관이 된 것이 그래서 자연스러움이 된 것이 성덕이다. 그런 사람들을 성인이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 천국이다.

 

그런데 그런 선을 자기것으로 만들려면 처음에는 자신이 가면을 쓰는 것과 같은 이중성이 나타난다. 겉으로는 자기가 희생하고 기쁘게 하려하지만 본심은 자기를 드러내려하고 댓가를 바란다. 마치 가면을 쓴 인간처럼!

 

 하지만 좋은 가면을 오래쓰고 그 역할을 한다면 어젠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면의 얼굴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경지에 오른다면 늘 그 사람은 평화를 누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의 얼굴이 아름다운 가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마음의 겨울을 통해 늘 자신을 고쳐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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