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예수님 오신날

인쇄

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37

제목: 예수님 오신날!

 

 

 

우리성당은 이웃사촌(?)으로부터 성탄절에 생일 선물을 듬뿍 받는다. 그 선물에는 이렇게 써있다. 예수님 오신날!

 

그리고 우리 이웃사촌의 축일에도 우리집에서 선물을 보낸다. 이웃사촌집의 성탄절인 부처님의 생신에 .......

 

우리성당의 이웃사촌은 바로 법안정사라는 절이다. 그리고 그 절에 다니는 보살님들이다.

 

우리성당과 법안정사 사이에는 커다란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모두가 아파트 단지인 이 동네의 중심부에 위치한 공원은 동네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물이면서 휴식과 만남의 장소이다. 이곳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농구장 그리고 운동기구 매점등이 구비되어있다. 작은 정자도 있어서 어르신네들도 많이 여름이면 바둑이며 장기도 두신다.

 

만약 그 공원이 없었다면 무척이나 동네가 삭막하지 않았겠는가 생각한다.

 

우리동네는 계획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종교부지를 미지 선정해서 그곳에 성당을 지었고 절도 마찬가지로 지었다고 한다.

 

 우리성당과 법안정사는 공원을 하나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주일이나 법회가 있는 날이면 이웃의 누가 절에 다니는지 성당에 다니는지 공원에 한번나가보면 알수 있다.

 

천주교에는 삼종기도라는 것을 한다. 하루에 3번 종소리에 맞추어 기도하는 것이다.

 

저 유명한 밀레의 만종은 바로 하루 세 번의 기도중에 마지막 저녁 6시에 받치는 삼종기도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그런데 우리성당은 종이 없다. 처음부터 없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삼종기도할시간이면 법안정사에서 종을 타종하기 때문에 동네에 천주교신자들은 절의 종소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삼종기도를 받친다. 이것이 이웃사촌의 좋은점 일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보살님들도 삼종기도를 아신다.

 

 만약 동시에 두 개의 종소리가 울린다면 지역주민에게 큰 피해는 물론 소리도 좋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곳 성당에 와서 겨우 짐정리를 맞쳤을 무렵의 저녁이었다.

 

수녀님들과 함께 저녁식사후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수녀님들에게 이공원은 산책을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묵주기도도 하는 사랑받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수녀님이 나에게 제안을 하였다. "수녀님 저 절에 참 정갈하고 차맛이 좋은 다방(茶房)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한번 함께 가봐요?"

 

"뭐 그럼 지금 가보지요? 저녁식사도 끊났겠다!"

 

수녀님들과 방문한 절은 고층으로 되어있었다. 아파트촌속의 높은 절이 처음에는 어색해 보였지만 절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풍경소리가 마음을 차분히 해 주었다.

 

도량임을 느낄수 있는 소리였다.

 

사실을 이글을 쓰면서 보살님이니 도량이니 다방이니 하고 말하는 것은 모두 법사님이 다 가르쳐주신 것이다. 이 절의 다방에 가기전까지는 사실 잘 몰랐던 말이었다.

 

하여간 절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다방이라고 생각되는 대웅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두들렸다. 한 보살님이 인기척에 문을 열으셨다.

 

"이곳에서 차를 팝니까?" 나는 여쭈어 보았다. "아니요! 다방은 이제 아니 합니다. 어제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실망하는 내모습에 나이지극한 보살님은 미소를 지으셨다.

 

저녁식사를 맞치고 사복을 입고 절에 들어간 내모습을 보고 그 보살님은 훗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은 청년하나가 차를 사러 왔다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을 더 열고 보니 수녀님들도 함께 계셨구요? 그래서 따로 따로 온 분들인줄 알았죠?"

 

수녀님들이 "옆에 사는 이웃사촌입니다. 안녕하셔요? 보살님!"하고 인사하자!

 

보살님은 "수녀님들께서 차드시러 왔나요? 다방은 문을 닫았지만 차는 조금 남았으니 어서 들어오셔요!"라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실 "이웃사촌"이라는 수녀님의 인사말이 차를 얻어마시는 계기가 되었다.

 

용감하게 문을 두드른 나는 조금 무색해져서 수녀님 뒤를 따라갔다.

 

다방에는 작은 동자승 인형 그리고 다기, 향, 초와 촛대 불상그리고 그림들이 무척 아기자기 많았다.

 

불자님은 다도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꽁자로 차를 주셨다. 그리고 다방에 전시된 그림과 염주와 불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호감을 보인 연꽃초를 선물해 주셨다. "신부님! 묵주기도할 때 저 연꽃초를 태워보셔요?" 우리 웃으며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연꽃을 받으면서 아니 차도 무료로 마셨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불자님은 "신부님 이웃사촌에게 드리는 보시입니다. 초를 좋아하시는 것같아 드립니다. 연꽃은 정화와 바램을 이룩한다는 뜻이 있지요!"

 

 나는 처음으로 보시라는 말을 들었고 보시를 받아보게 되었다. 연꽃보시!

 

그리고 성탄절에 우리 이웃사촌께서 예수님 오신날에 선물도 보네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부활절에 정사에 스님을 초대한다. 예수님이 죽음에서 부활하신 그 뜻깊은 대축일에 스님은 가장 큰 손님이시다. 대축일 자정미사때 모든 참석자들은 초불을 켜든다.

 

 그런데 큰 손님으로 오신 스님에게 우리 수녀님들께서는 커다랗고 예쁜 초를 직접 꾸며서 선물해 주셨다. 수녀님들이 부활초를 보시한 것이다.

 

부활 미사가 끝나고 본당신부님께서 스님을 소개하셨다. 모든 신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우리 스님은 그래서 우리 신자들에게 존경을 받으신다. 가끔 공원에서 신자들이 뵈오면 많은 신자들이 인사를 올린다.

 

부활절 미사를 끊나고 주임 신부님과 스님과 함께 식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즈음에 공원에서 동네 분들이 인사하면 신자셔요? 불자셔요? 묻습니다."

 

부활 달걀을 정사에 보시하기 위해 수녀님과 나는 그림을 그렸다. 나는 달걀에 연꽃과 동자승을 그려 넣었다. 스님은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얼마전에 스님이 내방에 오셨다. 식혜를 드시고 스님은 이웃사촌끼리의 정을 나누셨다.

 

그날은 마침 성당 어머니들의 모임인 자모회(慈母會)에서 주최하는 성서쓰기 모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나는 스님에게 경전을 쓰면서 묵상하는 수련이 불교에 있냐고 여쭈었다.

 

스님은 경전과 가르침을 필사 하면서 얻어지는 유익과 마음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 말씀이 매우 새롭고 아름다워 신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를 부탁하였다.

 

스님의 말씀이 끊나고 나는 공원을 지나 정사까지 스님을 배웅해 드렸다.

 

절앞에서 스님과 나를 보고 인사하는 불자를 보았다.

 

이제는 저도 공원에서 인사를 나눌 때 신자이신지 불자이신지 여쭈어 봐야겠다고 하자 스님은 이 말 한마디와 미소로 인사를 대신 하셨다.

 

 "이젠 묻지 마시고 인사나누시는데 더 편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이웃사촌이니!"

 

아름다운 공원의 분수를 보면서 이 공원이 울타리 없는 마당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이웃사촌이 함께 거니는 마당!



1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