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발렌타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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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36

제목: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쵸쿄렛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한다.

 

정말 발렌티노 성인이 쵸코렛을 좋아하셨는지 그 발렌타인 데이날이 발렌티노 성인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나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또 발렌타인 데이가 발렌티노 성인의 축일을 가르키는 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발렌타인 데이는 내가 어렸을 때는 없었던 기념일(?)인 것 같다. 그렇게 쉽게 아이들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쵸코렛을 하루에 소비할만큼 많지도 가격이 싸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의 발렌타인 데이에는 성당의 초등부 학생들에게 쵸코렛 선물을 50개 정도 받은 것 같다.

 

한세트에 수천원부터 시작해서 수만원까지 한다는 화려한 포장을 한 외국 쵸코렛을 수십개씩 선물 받은 내 마음 한구석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아이들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신부님에게 발렌타이 데이를 맞아 선물한 것이기에 기쁜마음으로 받았지만 얼마전 쌀값이 떨어져서 농민들이 시위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내방에 50개나 되는 쵸코렛 세트를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고민하였다. 선물받은 것을 다시

 

나누어 줄수도 없고 ..........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성당 마당에서 성당의 은빛대학(어른신네들을 위한 모임)의 여학생(?)이신 할머니 몇분을 만났다.

 

"신부님 마침 잘 만났어요! 우리 신부님께 드릴게 있어서 찾아왔는데 성당마당에 계셔서 잘되었어요!"

 

"네? 뭔데요?"

 

"아! 우리 손녀가 그러는데 오늘이 발렌타인 데인가 뭔가?라면서요? 남자가 여자 한테 쵸코렛선물 받는다는 날! 그런데 신부님은 뭐 애인도 여자친구도 없을 거니까? 적적 하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이 선물해야한다고 생각했지! 우리도 신부님 좋아하니까? 우린 뭐 여자 아닌가?"

 

 

 

"자! 여기 선물이예요? 이따 나중에 뜯어보셔요? 신부님!"

 

 

 

조금은 쑥스러우신지 선물 꾸러미를 주시고는 총총거름으로 사라지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참 뭐라표현해야하나 송구스럽지만 귀여우셨다.

 

난 그 선물 꾸러미를 받아들고 한참이나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웃었다. 할머니들의 선물! 발렌타인 데이의 늦은 저녁! 나는 쵸코렛 선물안에 들어있는 아이들의 카드를 보고 즐거웠다.

 

그런데 아까 오후에 주신 할머니들의 선물 꾸러미가 생각났다.

 

할머니들께서 어떤 쵸코렛을 선물 하셨을까?

 

그 선물 꾸러미는 꼬마천사들의 선물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바구니를 고상한 보자기에 싼 그 선물바구니는 제법 컸다.

 

나는 바구니를 뜯는 순간 너무나 놀랐다. 너무나 놀랐고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그 바구니에는 영양갱과 모나코 그리고 담배가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렇게 간식이 많지 않았다. 쵸코렛과 카라멜 그리고 바나나는  늘 먹을수 있는 간식은 아니었다. 수입품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모나코라는 과자와 영양갱이 인기가 한참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께서도 영양갱과 모나코라는 과자를 좋아하셨던 것이 기억났다.

 

어머니가 친정에 가실 때 그것을 많이 사가지고 가셨다.

 

주로 설날이나 추석때면 그것을 소쿠리 한켠에 쌓아 놓으면 손자손녀들이 주섬주섬 집어 먹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영양갱과 모나코 과자를 먹을 기회가 없어졌다.

 

담배 나는 피우지 않는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골초셨다.

 

할머니들의 선물은 잠시 나에게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영양갱과 모나코 과자와 담배!

 

이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선물이기 보다 할머니들의 기호품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어린 손자로 돌아가 외할머니를 잠시 만나게 해준 선물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 나를 위해 갈치를 튀거주시다 심한 화상을 입으신 그 할머니의 주름이 생각난다. 발렌타인 데이는 한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쵸코렛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주 어린시절 내가 사랑하는 여자(?)중에 어머니를 빼고 아마도 그 다음에는 외할머니이셨음은 분명하다.

 

세월이 바뀌고 세대들의 기호품이 바꾸면서 또다른 발렌타인 데이가 나오겠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념하고 추억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의 반대가 화이트 데이라고 한다.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흰색 쵸코렛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한다.

 

 이번 화이트 데이에는 흰색 쵸코렛 대신 백설기를 할머니들에게 선물하려 한다.

 

쌀로 빚은 사랑의 국산 쵸쿄렛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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