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3주일(나해) 요한 2,13-25; ’24/03/03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2-24 ㅣ No.5682

사순 제3주일(나해) 요한 2,13-25; ’24/03/03

 

예수님 당대만 해도, 유다인 회당에는 사람마다 출입할 수 있는 경계가 정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방인이 들어올 수 있는 방, 유다교로 개종한 이방인이 들어올 수 있는 방, 유다인 여성이 들어갈 수 있는 방, 유다인 남성이 들어갈 수 있는 방.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십계명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성당을, 신자 중에 십계명을 아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좌석, 십계명을 반만 지키는 신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좌석, 십계명을 온전히 지키는 신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좌석으로 나눈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자리에 들어와 있을까? 그리고 주 예수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내려주신 사랑을 지상소명으로 삼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나누어질까?

 

우리가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리려고 모여 있는 이 성전은, 외적으로 얼마나 화려하고 특별한 건축물인가의 여부로 평가되고 기억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전의 본질은, 그리스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그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세상 한 가운데서 복음을 선포하고 실현하는 신자들의 공동체입니다.

 

사도 성 바오로는 일찍이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라고 말했습니다.

 

성전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집이라면, 우리를 하느님의 성령께서 함께하시며 이끄시고 계시다는 면에서 우리 신자들을 성전이라고 가리키십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을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1코린 6,19)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믿는 백성으로서의 충실한 신앙생활보다 종교계율을 글자 그대로 지킴으로써 신앙생활의 본질을 다 채우는 것으로 여기는 유다 백성들에게 율법주의에 의한 그 허구의 유혹적 실상을 지적하시며,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오늘 첫 번째 독서 탈출기에서, 새로운 성전인 우리 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게, 주 하느님께서 일찍이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키도록 명하신 십계명을 듣게 합니다(탈출 20,1-17).

 

하느님께서 우리가 살면서 꼭 지키라고 주신 계명(TORAH-)은 바로 사랑입니다. 또한 그 사랑의 길이 인간의 완성과 구원의 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교육하십니다.

누가 자신들을 구원해주었는지’,

구원된 백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다시 또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를 십계명을 통해 명확히 심어주십니다. 십계명의 내용은 먼저 우리를 구원해주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바로 그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주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주 하느님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지키고 이루어야만 할 길이요 방안인 십계명을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합시다.

 

첫째,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이 계명에서 우리는 인간 존엄과 평등의 근거이신 하느님을 발견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찬미하며 감사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내 기도를 들어주면 하느님이시고, 안 들어주면 하느님께서 안 계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보다 자기에게 좋고 편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우상 숭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노예살이에서 구원하셨으니 하느님만을 섬겨야 하고, 다시는 누구도 다른 인간에게 지배당해서는 안 되며 다른 인간을 지배하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하느님과 하느님의 뜻만이 우리 삶의 최우선의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하거나 무시하고 미워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여야 합니다.

 

둘째,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나를 위해 하느님을 파는 거짓 맹세 등으로 하느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하느님을 믿어서 그렇게 바르게 사는구나!” 할 정도로 삽시다.

 

셋째,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주일, 일요일은 하느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지난 한 주간을 잘 지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오는 한 주간을 기쁘고 사랑 가득한 가운데 지낼 수 있도록, 미사를 봉헌하며 하느님께 기도 드리는 날입니다. 주일은 힘있게 다시 일하기 위해 쉬는 날입니다. 주일은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 친척을 찾아가 인사하고 돌보는 날입니다.

 

넷째,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부모에게 대한 순종과 공경, 권위를 인정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자녀의 자세를 말하며, 또한 부모는 자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도록 요청합니다.

 

다섯째, 사람을 죽이지 마라. 사람을 만드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영, , 모습을 심어 주셨습니다. 사람은 사랑 받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미워하거나 이용하려 하거나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정과 불의를 저지르고 이웃의 고통을 모른 체하면 간접 살인에 해당됩니다.

 

여섯째, 간음하지 마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과 가정 생활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좋은 것을 넘어, 인격적인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아울러 무절제한 사랑으로 태어나는 아기의 인권과 생명의 고귀함이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스스로의 때를 채우고 기다리는 노력으로 참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일곱째, 도둑질을 하지 마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자기가 가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빼앗아 가거나, 줄 것을 주지 않거나, 몰래 가져간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와 사랑을 무시하고 가로채는 것이 됩니다. 이 계명은, 7년마다의 안식년과 7년이 일곱 번 지난 다음 해인 희년에 담보 잡힌 각종 소유권과 지배권을 해소시켜 해방되게 합니다. 이는 가난하고 억울한 이를 되살리는 규정입니다.

 

여덟째,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나를 위해 다른 사람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해서 그 사람이 대신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됩니다. 거짓 증언은 죽음의 벌을 받아 마땅한 거짓말을 가리킵니다.

 

아홉째, 열째,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내가 어려워도 함께 사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님, 형제, 자매들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또한 너와 내 안에 있는 악을 없애기 위해 노력은 하되, 인간을 미워하지는 맙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과 사랑이다.” 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자제하며 인격적인 성숙을 맞이합시다.

 

오늘 우리 등촌3103위 한국순교성인 성당 설립 29주년을 자축하며,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새 성전이며 새 교회인 우리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만들어주신 주 하느님께, 주 하느님의 성령을 모시고 사는 우리가 주 하느님의 성전으로 거룩하게 되기 위하여,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하는 마음으로 십계명에서 제시하는 길을 걸어 나가, 다가오는 주님 부활의 새 생명에 참여하기로 합시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