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부님의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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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1-23 ㅣ No.135

 제목: 신부님의 자녀들!

 

 

 

이태리 말로 신부님을  Padre라고 한다. 아버지라는 뜻이다. 우리는 아비부(父)자에 하느님신(神)자를 앞에 두어서 신아버지라는 뜻으로 생부(生父)와의 구별을 하지만 여기서는 신부님이나 아버지나 발음도 글자도 같다.

 

어떻게 보면 가톨릭 국가인 이곳 이태리에서 이두단어가 같은 것은 그만큼 이곳의 신부님들이 정말 아버지라는 칭호를 함께 써도 괜찮을 만큼 자부(慈父)적인 사랑이 많은 것을 의미할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안에서 이 단어가 자신을 낳아 길러준 아버지란 말과 사제인 신부와 구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되었던 것이다.

 

 가톨릭에서 사제를 언제부터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는 나는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사제인 말보다 아버지란 말이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사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톨릭에서 사제를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사제가 세례라는 성사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새롭게 한인간을 태어나게 하는 직무를 갖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고백성사와 병자성사, 그리고 혼인성사등을 통해 인간을 영적으로 깨끗이 하며 양심을 선으로 이끌어 영혼을 성장시키는 영적으로 아버지와 같은 뒷바라지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제와 신부라는 칭호는 서로 다른 의미이기보다 사제는 직무의 측면을 강조한것이고 신부는 신자들과의 관계성을 강조한 의미이다.

 

이태리말을 배우는 대학에서의 첫시간!

 

나는 신부님 복장인 로만카라를 하지않고 다른 학생들과 구분되지 않게 케쥬얼한 복장으로 수업에 갔다.

 

이 날 첫시간에는 이름과 나이 직업 그리고 이태리에 오게 된 동기등을 소개하는 문장들을 공부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나의 이름을 말한뒤 이태리 말로 나는 신부님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나의 말을 들은 사람은 이태리 말로 "그래요? 몇명의 자녀가 있나요?"하고 질문하였다.

 

나는 갑자기 당황하였다. 순간 내가 말한  Padre와 그가 이해한  Padre는 다름을 알았다.

 

그 학생은 "나는 아버지입니다."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자녀요?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라고 황급히 말하며 나는 가톨릭 신부인 사제라고 말하였다.

 

그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물론 신부의 복장을 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곳 뻬루지아라는 고산지대의 작은 도시에는 나처럼 젊은 신부님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해프닝이후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에 있을 때 신부님!이라는 칭호를 받았는데 그것을 내가 얼마나 깊게 생각하며 살았던가?

 

한 남자가 가정을 일구고 자녀들을 올바로 양육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과 정성을 쏟는다. 그 한 남자를 바로 위대한 이름으로 아버지라 부른다.

 

 "그래요? 몇명의 자녀가 있나요?"하고 나의 짝이 나에게 되물었을 때!

 

나는 많은 자녀가 있다고 대답했어야 오른 대답이었다.

 

사제인 신부님의 자녀들은 바로 신자들이기 때문이다.

 

신부(神父)는 직업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이름이며 봉사로 불리워졌다는 천상적인 호칭이라고 나는 배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자녀요?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라고 이태리 말로 말한 그 문장이 매우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과연 나는 자녀가 없는가? 그러면 왜 나는 신부님이라고 아버지!라고 이곳에서 발음되는 명사로 나를 칭했는가?

 

 복음말씀에 누가 내 어머니요? 형제들인가?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정말 깊게 못박히게 생각났다.

 

 한국에서는 나를 신부님!이라고 부르며 사랑과 존경을 주셨던 신자분들이 내가 정성을 다해 사랑과 기도를 봉헌해야할 영적인 자녀임을 나는 잊어버렸던 것인가?

 

 이곳에서의 첫수업은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내자신이 아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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