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커다란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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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12-11 ㅣ No.134

제목: 커다란 오점 (五點)

 

그 반은 꼴지반이었다.

선생님은 처음 교편을 잡으시는 신세대선생님!

늘 꼴지반을 면하지 못하자 늘 자율성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늘 열린마음으로 학생들의 기를 꺽지 않으시던 그 선생님의 진보적 교육형태는 교감선생님께 설득력을 잃어갔다.

 

하루는 선생님이 그러셨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는 성적순이다! 제발 공부좀하자! 공부해서 남주나?"

 

그날 담임선생님의 강한 어조에는 분명 제자들을 위한 사랑이 있었다.

 

그 반에는 일명 꼴지파가 있었다.

시험 때 그냥 답안지에 이름만 쓰고 엎드려 주무시는 몇몇의 파벌!

 

일명 속전속결파!

 

그 파벌에게 선생님은 딱 한번만 시험기간중에 공부라는 것을 해보라는 제의를 빵집에서 하셨다.

 

꼴찌파의 반응은 역시 무덤덤했다. 빵만 실컷먹었다나!

 

그반의 일등 반장은 그 모습이 안따가웠는지 공부잘하는 친구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과목별로 꼴지파를 지원하라."

 

꼴찌파는 친구들의 과외를 꽁짜로 하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쉽게 요약정리된 노트를 만들고 각 과목을 맡은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꼴짜파의 머리에 학문의 씨앗을 싹트게 할수 있을까 하고 사막에 밀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고민하였다.

 

그런데 그런 노력중에 꼴찌파의 진짜 꼴찌가 처음으로 책을 들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의 빵을 제일 많이 먹어서인가?

 

친구들의 노력에 감동 되어서 인가?

 

그러나 왠걸 작심3일이라고 그의 공부에 대한 관심은 몇일 못갔다.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역사시간이었다. 4번 문제는 매우 아리송한 문제였다. 역사책에서도 한 귀퉁이에 나오고 선생님의 설명도 짧았던 내용이라 그 문제는 바로 그 과목 시험의 변별력을 갖기위한 어려운 문제였다. 답이 2번인지 3번인지 아리송한 문제!

 

그런데 갑자기 꼴지파의 두목이 소리쳤다. 옆 친구에게 "야! 4번에 3번이지! 나 알아! 책에서 봤어!"

 

갑자기 조용했던 교실이 난리가 났다.

 

"조용히 못해! 지금 뭐하는 거야! 야 너! 컨닝을 해도 벌을 엄청나게 받을 판에 너 꼴지 주제 큰소리로 뭐? 4번에 3이라고? 따라와!"

 

꼴찌파의 두목님은 드디어 시험감독선생님의 꼴밤을 연발 드시면서 학생부로 압송되셨다.

 

그런데 그 꼴찌의 행각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은 분분하였다.

 

그러나 판결의 결론은 지극히 자비로웠다.

 

"그가 꼴지인 것을 매우 많이 참작하고 3일간 나름대로의 노력을 봐서 1주일간 방과후  교내 청소!"

 

그의 순교(?)적 행동으로 우리는 그 변별력을 갖게 되어 그 역사점수가 모두 5점이 올라갔다. 그 문제가 바로 5점이나 되었다.

 

그의 시험지는 빵점처리를 하려했으나 담임선생님의 제안으로 오점 (五點)처리 되었다.

 

그의 오점은 드디어 우리반을 만연 꼴찌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꼴찌파를 위해 만들어진 그 요약본 덕분에 다른 아이들도 시험을 쪼금잘 보았다.

 

꼴찌파를 위해 만든 그 노트는 전교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 되었다.

 

담임선생님의 그 때의 소감

 

"우리의 꼴찌는 정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나는 그 오점을 평생 못잊을 것 같다."

 

예수님은 99마리 똑똑한 양보다 역시 한 마리 꼴찌를 오늘도 찾아다니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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