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2주간 목요일 ’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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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2-09 ㅣ No.5679

사순 제2주간 목요일 ’24/02/29

 

요즘 저는 왠지 모르게 자꾸 뭘 들고 있다가 떨어뜨리기도 하고, 자꾸 컵을 쓰러트려 물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과거와 달리 두 손으로 동시에 일을 못 하고 한 손에 신경을 쓰면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맥없이 놓아버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주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조심하며 살아야겠다고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 번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하고 눈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면서 닦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부잣집 대문 앞에서 구걸하며 무시당하며 살던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죽어서 천사들에게 안겨 아브라함 품으로 인도됩니다. 그런가 하면 부자는 이른바 이름도 없이 죽어 저승에 갇혀 고통을 겪게 됩니다. 부자가 아브라함 품에 안겨 있는 라자로를 보면서 청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루카 16,24)

 

그런데 아브라함은 매정하게도 딱 잘라 거절합니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25-26)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이 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 봅니다. 지난 순간들 중에 나의 과오와 잘못들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다다르기 이 전에, 지금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되돌려야겠다고. 마지막 그 순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으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상황이 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기도와 희생과 자선의 노력으로 나의 과오와 잘못과 폐해를 기워 갚아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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