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고맙습니다,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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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삼순 [tak0321] 쪽지 캡슐

2009-02-26 ㅣ No.1064

 
명동성당 종탑위에 떠있는 보름달이 좋아
성당언덕을 몇 번이고 오르시고 내려 가시고를
반복하시며 그 보름달은 보셨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소박하신 당신 모습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가진 것보다 없는 것에 대한 허기와 갈망으로
더 당당해져 있는 우리들이기에
참 많이 부끄럽습니다
 
따뜻한 미소뒤에 숨어 있었을 당신의 번뇌와 외로움을
우리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성직자로서의 큰 걸음과 자상한 모습뒤에 감춰져 있었을
고독을
우리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께서 떠나신 뒤에야 그동안 감당하셔야 했을 짐들의 버거움이
화면으로 보여지는 생전의 수척한 당신 뒷모습에서
겹쳐지기에
이리도 가슴이 아리답니다
 
이제 저희들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손을 잡아 주시려
낮아지셨던
당신의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서러운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려
앉으셨던
당신의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존엄한 인간생명의 조작 앞에 흘리셨던
당신의 뜨거운 눈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에 묻어주고 사셨던 그 많은 고통의 세월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명동의 기적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당신께서 떠나시며 빛으로 생명으로 사랑으로
만들어 주신 이 기적들과
우리들은 함게 했습니다
 
홀로 산책하시며
만나셨을 하느님
외롭고 힘든 이들과의 만남에서
만나셨을 하느님
이제 저희들도 만나겠습니다
 
오늘밤에도 당신께서 그리도 좋아라 올려다 보셨던
명동성당 종탑위에는 변함없이 달이 뜨겠지요
 
이제 당신은 떠나셨지만 당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 사랑의 기적들은
저희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그래야겠기에 슬픔과 그리움일랑은 조용히 접어
내려 놓겠습니다
 
이렇게 당신께서 떠나신 뒤에야
슬픔과 그리움을 나눔과 
사랑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저희들은
감히 더 큰 바보입니다
 
 
 
 
추기경님을 그리며  
 
탁 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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