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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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선 [delltapose] 쪽지 캡슐

2005-09-28 ㅣ No.926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엄마, 난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 아빠도 나 만큼 엄마가 보고 싶은가 봐. 보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지? 그래서 난 매일 엄마 사진을 안고 자. 그런데 왜 엄만 한번도 안 나타나지. 응?”

몇 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고 혼자 일곱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이재종씨의 감동적인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재종씨 부자 이야기는 그 후 ‘아내의 빈자리’라는 책으로 출간됐고,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도 소개돼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죠.

그런데 최근 이 글이 다시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마다 올라와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야후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감상평 캡처


중년의 한 사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 보냅니다. 그리고 홀로 일곱 살짜리 어린 아들을 키워야 하는 그에게 ‘아내의 빈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출장으로 아이의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날. 아빠는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날 저녁, 출장에서 돌아와 침대에 지친 몸을 던지는 순간 ‘퍽’ 소리를 내며 컵라면이 쏟아집니다.

퉁퉁 불은 라면가닥과 빨간 양념국물이 이불에 퍼지는 순간, 그는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하냐!”며 다짜고짜 아이의 종아리와 엉덩이를 때립니다.
평소와는 달리 이유도 묻지 않고 아이에게 소리까지 질렀습니다.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그러나 이윽고 들려오는 울음 섞인 아들의 말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때립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뒤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침대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먹을 라면이 식을까봐 침대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는 아이의 말에 아빠는 그만 흐느끼고 맙니다.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 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 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을까봐
이불 속에 넣어 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 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 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 유치원에서 부모님들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 이 글의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이며  지난 2002년 ‘오늘의 책’에서 출간한 ‘아내의 빈자리’라는 책 중 일부입니다-


이재종씨가 진솔하게 쓴 이 글은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 가장 감동적인 네티즌 실화’라는 제목으로 어김없이 게시판에 등장하곤 했습니다.
또, 이 글을 플래시로 만들어 돌려보는 네티즌들도 생겼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구구절절 배어있는 이재종씨의 글에 콧날이 시큰해졌다는 네티즌들이 많았고, 한 네티즌들은 “가족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감상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이재종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난 2002년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던 출판사에 연락을 해보았으나, “지금은 이재종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그의 근황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이재종씨의 근황이 궁금하다는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 왔다”면서 “우리도 이재종씨의 소식이 궁금해 알아 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전했습니다.

도깨비뉴스 리포터 이팝나무 ipapnamu@dkbnews.com

▶플래시 출처 : 행복닷컴 http://www.happy.co.kr/
▶플래시 크게 보기 : http://www.dkbnews.com/flash/2005/wife.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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