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선물

창설자 로젠수사님과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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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3-09-09 ㅣ No.217

 

8월 14일 저녁 기도후 로젠 수사님의 안수가 있었는데 수천명중에 우리는 행운으로 대부분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신부님도 안수 받으셔요!’하는 어느 아이의 말에 난 교만한 마음으로 "같은 사제끼리 뭐 내가 부족해서 무릎꿇고 저렇게 기다릴까? 난 받지 않으련다. 왠지 모르는 자존심과 더불어 말로 표현 못하는 거부감도 있어서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순수하게 물어오는 아이의 말에 순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하는 이 수도회의 창립자 수사님의 강복을 받고 저렇게 기뻐하는 아이가 나에게도 받으라는 것이니 ..." 나는 로만 칼라도 정장도 입지 않았다.

가져간 옷이란 반팔 티 2벌 반바지 한벌 긴바지 한벌 반팔 비정장 끌러지 셔츠가 고작이었다.

 

난 저녁기도때 로만 칼라도 없이 반바지에 양말도 신지 않는 자유분방한 한 청녕일 따름이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얼굴에 빗질은 사치였다. 정말 거지 같았다.

 

한참을 기다려 내가 안수를 받으니 우리 아이들이 숙연해 지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거지 같은 나를 안수하던 로젠 수사님은 불어로 무엇인가를 말씀하셨다.

 

내가 못알아듣자. 옆에 있던 비서 수사가 영어를 할줄 아냐고 했다.

 

수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일 당신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식사초대에 응해 주시겠습니까? 특별한 만남이 될것 같군요.내일을 기대하겠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내일 만납시다."

 

그리곤 나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셨다. 무척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난 이렇게 비서 수사에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 당신들은 아십니까? 왜 저를 초대하십니까? 그러면 내일 언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내일 점심기도가 끝나면 제의실로 통하는 지하계단으로 오십시오!"

 

나는 무척이나 흥분되었다. 아이들이 물었다. "신부님 무슨 말씀을 나누신것이에요?"

 

"응 로젠 수사님이 내일 점심식사에 초대하셨어!"

 

아이들은 "허신부님이 신부님인줄 모르실 테고 다른 신부님들도 많았는데 왜 신부님과 초대했지?" 하고 궁금해 했다.

 

"글쎄 나도 모르겠다."

 

나는 이초대가 하느님의 섭리인줄 몰랐다. 다음날 점심식사에 수사님 전원과 몇분 손님과 로젠수사님과 식사를 했다. 정말 잘 차려진 프랑스 만찬이었다. 음식을 들면서 아이들이 생각나 너무 미안했다. 겨우 빵 몇조각과 과일 한개 그리고 물로 지내면서도 이곳이 그렇게 좋다며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나눔이 좋다며 한국에서 움추렸던 그 영적 발산력을 발휘하는 그들!

나만 잘먹게 되어서........ 너무 미안했다.

 

식사가 무르익고 신학박사이신 한 노수사님이 로젠 수사님의 요청으로 오늘이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이므로 성모님의 생애와 믿음에 대해 특별 말씀해 주셨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오늘이 바로 나의 사제서품 성구 축일이었던 것이다.

 

"이몸의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루가 1:38

 

이성구가 오늘의 복음이었고 난 떼제에서 이 복음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너무나 행복하고 이 큰 하느님의 사랑의 현존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모르고 난 그저 .........

 

난 수사님께 오늘이 저의 사제 서품 성구 축일이며 저의 사제로서의 소명정신을 새기는 날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셨다.

 

식탁에서 챙긴 커다란 자몽을 갖고와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며 식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가 어제 그렇게 남루하게 옷을 입고 갔는데 수사님이 어떻게 나를 신부인줄 알고 초대했는지 궁금해 하며 그 자몽을 먹고 기뻐해주었다.

 

내가 만일 어제 그 아이가 안수 받으시라는 것을 끝까지 나도 "신부 너도 신부"라고 생각하여 겸손되이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이런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커다라 반성을 하였다.

아래 사진은 로젠수사님과 점심을 먹고 난 후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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