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카이사르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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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10-19 ㅣ No.191

 

연중 29주일

“카이사르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것은 하느님에게”


* 이 강론은 강남 성모병원 원모실 신부님의 강론입니다.


오늘 복음의 배경을 이해하자면 주민세 도입과 주민세 기부운동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서기 6년 로마제국의 시황제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는 유대와 사마리아 두 지역을 통치하던, 헤로데 대왕의 아들 아르켈리오스 왕을 폐위하고 그대신 코포니우스를 그 지역 총독으로 임명했습니다. 코포니우스는 유대와 사마리아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주민세를 부과했습니다.

주민세란 어린이와 노인만 빼고 12세부터 65세까지의 식민지 주민이면 누구나 바치는 인두세로서, 주민세 수입은 로마 황실 금고로 귀속되었습니다. 주민세는 식민지 사람이면 누구나 복속의 표시로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이었습니다.

또한 주민세는 반드시 로마 은화인 데나리온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서기 6년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에 주민세가 부과되자 갈릴레아 호수 북쪽에 자리 잡은 천연요새 가믈라 출신 유다가 주민세 납부 거부운동을 벌렸고 이에 동조한 이들이 열혈당원들이었습니다.

유다와 열혈당원들이 주민세 거부운동을 벌인 까닭은 두가지 입니다.

첫째, 이들은 하느님만을 이스라엘 선민의 통치자로 받들었습니다. 그러니 로마황제에게 복속하는 뜻으로 주민세를 바치는 것은 우상숭배의 일종으로 간주하였습니다.

둘째, 반드시 로마 은화 데나리온으로 주민세를 바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예수님 시대 황제 티베리우스가 주조한 데나리온을 보면 한쪽에는 황제의 흉상과 "티베리우스 황제, 신적 지존의 아들 지존"이란 각명이 새겨져 있고, 자른 한쪽에는 황제의 또 한가지 존칭 "대제관"이란 각명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황제의 흉상은, 인간의 모습을 그리지도 말고 새기지도 말라는 성경의 우상숭배 금지율과 상반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옥타비아누스와 티베리아우스 두 황제를 신격화한 각면도 이스라엘 선민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상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열형당원들과 쿰란 수도자들은 주민세 납부를 거부했습니다. 예루살렘 고급제관들과 유지들로 구성된 사두가이 당원들은 늘 통치자에 영합하는 자들이라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는 뜻으로 말썽없이 주민세를 바쳤고, 율법을 고지 고대로 지키는 평신도들로 구성된 바리사리 당원들은 마음속으로 주저하면서도 마지못해 주민세를 납부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최고의회 의원들이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을 예수께 보내어 주민세 납부에 관해 질문합니다.

유다인들이 볼 때 주민세 납부 여부는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질문하기 전에 예수께 아부하듯 말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알기에 당신은 참되시고 아무에게도 구애를 받지 않으십니다. 사실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다만 하느님의 길을 참되이 가르치십니다"

그들이 곧이어 "황제에게 주민세를 바쳐도 됩니까, 안됩니까? 저희가 바칠까요, 바치지 말까요?" 만일 주민세를 바치라고 예수께서 답변하셨다면, 저들은 예수님을 종교배신자로, 민족의 반역자로 규탄했으리라, 반대로, 바치지 말라고 답변하셨다면, 예수님을 열혈당원인양 로마 관가에 고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들의 질문은 답변하기 실로 거북하고 고약한 올가미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저들의 음흉한 속셈을 꿰뚫어 보시고 "왜 나를 시험하는 거요? 내게 데나리온

한 잎을 가져 오시오. 그것을 봅시다"하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우스 황제의 흉상 및 "티베리우스 황제, 신적 지존의 아들 지존"과 "대제관"이란 각명을 확인하시고, 황제가 주조하여 유포하신 은화는 황제에게 돌려 주라고 하셨습니다. "황제의 것을 황제에게 돌려 주시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 주시오."

우리는 이 말의 뜻을 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당대의 사고 방식에 따르면 황제가 주조하여 통용시킨 데나리온은 황제의 전유물입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대원들은 데나리온을

사용함으로써 황제의 통치권을 시인한 셈입니다. 그러니 황제가 주민세금으로 데나리온을 요구하면 납부한 것입니다. 이것이"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 주시오"의 논리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전혀 뜻밖에도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주시오"라는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바로 여기에 역점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럼 무엇이 하느님의 것이겠습니까? 하느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 자신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황제에게는 주민세만 바치면 끝나지만, 하느님께는 마음과 정신과 생각을 다하여 사랑을 드려야 합니다. 정치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에게 예속된 상대적 자율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력이 사람을 부리는 주인일 수 없듯이 정치권력도 그럴 수 없다는 명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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