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선물

축의금 만삼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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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엽 [soonyoub32] 쪽지 캡슐

2006-08-13 ㅣ No.1325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 이란 글입니다.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우리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
.

해남에서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
.
.

해남에 사는 그 친구는
현재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들꽃서점"을 하고 있고

이철환작가는
최근 아버지가 산동네에서
고물상을 하던 시절에 겪은
아름답고 눈믈겨웠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고물상"이란 책을 냈습니다.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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