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마리에-old

4월호 새교본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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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10 ㅣ No.4

제3장 레지오의 정신

 

글라디에이터(Gladiator) 즉 ’검투사’라는, 로마 장군에 관한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레지오 마리애에 관한 역사적이며 정신적인 유산의 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게 된다.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적인 문화의 틀은 바로 로마 군대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 바로 대접전 직전의 고요 속에서 장군이 전군을 향하여 이 전쟁의 목적과 의의을 우렁차게 외치며 군대의 정신을 상기시키는 장엄한 광경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숭고한 기도! 가르침!

이것이 바로 알로꾸시오(Allocutio), 즉 우리가 훈화라고 부르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어원상으로 이처럼 긴박하면서도 숭고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생명을 바칠 수 있는 절대 가치에 대한 정신을 담고 있다. 이 가르침은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단편적 지식이나 사실, 사건에 대한 전달이나 난해하고 화두가 담긴 심오한 진리를 설파하는 강의도 아니고 말단 사병부터 사령관인 장군 본인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적용되는 공통된 믿음과 가치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레지오의 정신은 무엇인가?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의 정신에 관해서 우리에게 교본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장엄하게 알로꾸시오를 행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 성모님의 이와 같은 사랑과 믿음에 감화된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1)

성모님의 정신으로 성모님의 군사되어 세상을 성화시키고자 한 그의 선각자적인 정신은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도직에 관한 정신과 부합되는 것이다:“사도적 영신 생활의 완벽한 모델은 사도들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님이시다. 성모님은 한평생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집안 살림을 돌보는 일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아드님이신 천주 성자와 일치를 이루시고 구세주의 성업을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도와 드렸다. 모든 신도들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지녀야 하며, 자신의 삶을 어머니로서 보살펴 주시는 성모님께 맡겨 드려야 하겠다.2)

프랭크 더프가 한 최초의 활동은 너무나 미약해 보이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더블린 시의 매음굴을 대상으로, 그는 그 거리에 매일 나가 묵주기도를 바치고 그들에게 기적의 패와 상본을 나누어 주었다. 개신교에서 매매춘 여성에게 먹을 것과 돈을 주면서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할 때, 그는 이것을 한탄하기 보다는, 묵주기도와 권고를 통하여 작아 보이지만 훗날 엄청난 영신적 군대로 성장할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을 일으키게 하였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는 성화되기 시작하였고 많은 천주교 여성들이 레지오 단원이 되어 매매춘 여성의 복지와 영혼을 위해 일하게 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오늘날 3백만 명이 넘는 단원을 보유한 대군대로 성장한 레지오 마리애! 그렇지만 그 창설자인 더프의 영혼이 처음 시작한 것은 흰 종이에 파란색의 밝은 미래를 도안한 것이 아니라 막막한 현실 앞에 마리아의 정신으로 묵주를 들고 그 어둠의 한가운데 서 있는 행동이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이름이 무엇인가? “나는 야훼! 있는 자 나로다!”이다. 레지오의 목표는 성화이다. 즉 하느님을 닮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처럼 바로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주는 자’에서 ‘있는 자’로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랭크 더프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산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한 가운데도 “매춘의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한 때부터 있어 온 것인데, 지금까지 해결된 적이 없는 사회악인데…국가도 해결 못하는 사회악을…이 일은 윤리적,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서 사회적, 물질적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3)는 일부의 주장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더프에게는 늘 오직 한 가지 신조만이 있었다. 즉 ‘하느님께서 이 일을 하기를 원하실까?’ 하는 물음이었다. 이것은 바로 성모님의 정신이다. 처녀가 임신을 한다. 그것도 하느님의 힘으로! 이것을 육적인 관점에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서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지 믿음이 아니라고 하였다. 하느님이 지금 무엇을 원하시는가? 이 질문을 늘 기초로 생각하고 생활하며 이루어 나가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바로 성모님께서 하신 응답,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 38)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하고 따뜻한 길은 믿음! 바로 그것이다.

U.N 총회에서 어떤 사람이 마더 데레사 수녀에게 “자선 사업을 하시면서 힘들고 좌절할 때, 포기하고 싶거나 원망스러울 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마더 데레사 수녀는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성공의 의무를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의무를 주셨습니다. 저는 다만 사랑을 생각할 따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성인 성녀들의 힘은 바로 하느님께 순명하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열정 어린 믿음에서 나온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생활하는 바탕에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모님께서 갖추신 덕목들이 실천에 옮겨진다.

다시 한 번 교본에 명시된 레지오의 정신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묵상해 보자:“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 성모님의 이와 같은 사랑과 믿음에 감화된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위의 문장에서 보여 주듯, 레지오는 성모님의 정신으로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어,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많은 사랑과 믿음으로 감화되어야 한다. 정말 마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성공 여부에 집착하는 성공주의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집중하는 하느님 중심주의”로, 또한 창설자 더프처럼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하느님 제일주의로써,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민수기에 보면,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대가 탐스러운 과일을 갖고 왔으나 가나안 족이 강성하다고 보고하자, 갈렙과 여호수아만이 “올라갑시다. 올라가서 점령합시다. 점령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아 결국 하느님께서 진노하셨던 것이다.4)

“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은 그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어려움의 뿌리이다”라는 말이 있다. 성모님의 믿음은 바로 아브라함의 믿음 즉 야훼이래! ‘야훼께서 다 마련해 주신다’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믿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먼동이 트일 것임을 믿으며, 그 어둠을 뚫고 나타나시는 달과 같이 아름다우신 어머니의 믿음의 빛으로써 생활해야 한다.

어떠한 활동의 어려움도 이러한 성공 중심의 사고가 아닌 믿음과 순명 중심의 사고로써 이겨나갈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성공이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는 일이다.(계속)

 

※이 글은 허윤석 신부의 홈페이지에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fr.catholic.or.kr/drhur

 

 

1)교본, 28쪽

2)평신도 사도직 교령 4항.

3)참조: A레지오의 창설자 프랭크 더프의 생애 B, 로버트 브래드쇼 (안상인 신부 역), 성 요셉 출판사, 96-98쪽.

4)민수기 13장과 14장 참조

첨부파일: 교본해설 4월호(3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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