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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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 [cardinal] 쪽지 캡슐

1999-02-13 ㅣ No.244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보내준 사랑의 편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런일 저런일로 본의 아니게 회답이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오늘은 설을 맞이하면서 여러분 위에 하느님의 축복가득하기를 빌면서 그동안 회답을 쓰지 못한 모든 벗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냅니다.

 

 

박광수 요셉에게

 

추운 날씨에 나에 건강 염려해 주어서 고마와요.

나는 덕분에 비교적 건강하답니다.요셉의 기도 덕분이겠지요. 감사합니다. 요셉은 슬플때나 힘들때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늘 기도한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하느님은 요셉을 그때문에도 더 사랑하실 겁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자신만을 위해서만 살지않고 남을 위해서 산다면 참으로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될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마음을 갖은 사람은 스스로 기쁘고 행복할 것입니다. 안녕히...

 

 

최규석 이레네오에게,

 

보내준 편지 반가워요.

그런데 사진을 보냈다는데 내가 컴맹이기때문인지 그 사진을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사진안에 50년전 내가 있다니 꼭 보고 싶군요. 그런데 내가 50년 전에 진해성당에 신부로써는 분명히 있지 않고 주교이면은 마산교구장일때인데 한 30-2, 3년이 되겠군요.

거기에 꼬마중 하나가 최군의 어머니라니 호기심이 더 많아져요.

아뭏든 찾아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추교훈 신부에게,

 

지난 2월 4일에 사제서품 10주년을 맞이하였다니 진심으로 축하하네.

그리고 그동안에 몸과 마음 다 바쳐서 사제로써 봉사하여 준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하네. 아무쪼록 주님의 은총속에 언제나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분을 충실히 따르도록 우리 함께 기도속에 노력해 보세."태산이 높다한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있으리요."라는 우리나라 격언대로 주님을 본받고 따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겠지만은 그러나 그것은 사랑의 길이요 우리를 참 인간, 참사제되게 하는 길이요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안겨주는 길일세. 그럼 안녕히...

 

 

정순욱에게,

 

그래, 구정인사 잘 받았네. 그대도 즐거운 설날을 맞이하고 복많이 받기를 비네. 이 어렵고 험한 세상, 어려움도 많고 시련도 많으나 토끼처럼 빨리 위기를 벗어날줄을 알며 살기를 비네. 안녕히...

 

 

 

크리스피나야,

 

잘 있냐? 히히히.. 무엇이 그리 웃읍냐? 너 보기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구나. 나는 너의 등치만큼 마음이 크고 편안한줄 알았는데 그래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고? 이제 무엇인지 알것 같으냐?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된다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것같애. 그래서 피나야, 우리 기도속에 사랑이신 하느님과 마주앉아서 사랑의 대화를 자주 나누어 보자. 헌데 사랑은 또 살아야 되는데 오래 참을줄도 알고 이웃에게 친절도 하고 시기심이나 질투도 가지지 말고 진리를 보고 기뻐하고 등등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피나야, 너는 이미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겠지. 히히... 나도 너의 흉내 내다가 닮아가겠다. 그럼 설 잘 세라. 안녕...

 

 

 

김수미 프란체스카에게,

 

아씨시의프란치스코를 너무나 좋아한다고? 나도 그분을 참 좋아해요. 마음으로는 본받고 싶은데 언제나 생각뿐이이고 실천은 하지 못하니 언제 그분을 참으로 닮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내 주소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90-1 가톨릭 대학 주교관이고 이메일 주소는  cardinal@seoul.catholic.or.kr입니다.

편지를 기다리겠습니다. 설에 복많이 받으세요. 안녕히...

 

 

박미향 헬레나에게,

 

작년 11월에 영세를 받으셨다구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런데 한 3달이 지난 지금 조금씩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다른 덕은 없어도 변덕이 심해서 기도를 열심히 했다 또 안했다 하는 때도 있으니 우리의 부족을 다 아시는 주님께 모든 것을 그대로 드려요. 나도 컴퓨터에 관해서는 이른바 컴맹이야 컴맹.

그래서 스스로 초보자라는 헬레나보다도 못하니 안심해요.

그리고 다시 열심한 신앙인이 되기를 빌어요. 헬레나는 나보다 주님께 더 가까운것 같애요. 성체를 모실때마다 그렇게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니.... 안녕히,

 

 

김태우에게,

 

나를 생각해서 답장을 쓰지 않아도 좋다고는 했지만은 그냥 그말 그대로 지나칠수는 없어서 이렇게 몇자 쓴답니다.

이제는 구정이 아니고 설날이라며 복을 빌어주는 그대 김태우 형제에게도 주님이 하늘로부터 축복 가득히 내려 주시기를 빌어요. 안녕히...

 

 

 

박희균 글레멘스에게,

 

오는 2월 21일에 그대 사랑하는 짝이 에스텔이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니 참으로 기쁜일이군요. 결혼한지 꼭 10달만에 그대 말대로 참으로 주님안에 새사람으로 태어나는군요. 글레멘스와 에스텔 내외를 위해서 특별히 에스텔의 세례 선물로 기도를 바칠것을 약속합니다. 부디 주님안에 서로 사랑하므로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이주영 미카엘라에게,

 

프라 안젤리꼬의 성모영보 그림 기쁘게 받았습니다.

이 그림은 참으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언젠가 어떤 분이 이 그림이 많은 비슷한 그림 가운데서 특별히 뛰어난 그림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렇답니다. 그것은 프라 안젤리꼬가 이 그림을 그릴때 자기를 드러낼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성모 영보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여 그 신비를 드러낼려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만큼 자신을 비우고 또 비운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 그림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배우게 되는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자기를 앞세우면은 그것은 결국은 헛된일이요, 자기를 낮추고 비울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충만하게 된답니다. 내 운전면허 따는것에 많은 이가 반대하는데 미카엘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 주고 있으니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도 운전면허 따기 위한 시간이 나질 않아요. 언제가 될지 아직도 몰라요. 죽기전에 따긴 따야 할텐데. 그럼 안녕히....

 

 

 

전산실 율리아나에게,

 

내답 벌써 받았지?

또 쓰는것 같은게 손해 보는것 같애. 하지만 확실치 않아서 쵸코렛 받은 인사만 전하지. 내 아무리 전자시대라지만 쵸코렛도 사이버쵸코렛이 있나?

있다면 그 맛은 무슨 맛일까? 무미건조 바로 그거야. 아닌가? 안녕히...

 

 

 

강혜종 세실리아에게,

 

이미 답장을 쓴것 같지만 밤에 도둑이 2번씩이나 들었다니 얼마나 놀랬겠냐? 동생과 단둘이만 산다는데 내가 달려가 도와 줄 수도 없고  천상 천국의 수문장이신 사도 베드로에게 기도드려야겠다. 그분은 그 옛날 올리바 동산에서 주님이 악당들에게 잡혀가실때 칼을 뽑아 그중 하나의 귀를 자르기가지 하셨으니 그러다가 주님에게 혼은 나셨지만 아뭏든 힘께나 쓰시는 분이니 우리 세시리아와 그의 동생을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한다. 그럼 설 잘 세라.

 

 

 

이경화 로사에게,

 

공부하다가 보내준 전자메일 잘 받았다.

주일학교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봉사한다니 참으로 고맙고 내 건강까지 걱정해 주니 감격과 감동이 흘러 넘치는구나. 이 은혜 어떻게 다 보답할꼬.  

너처럼 하하하 아니지 호호호... 이렇게 답해줄까?

대학생이라시니 그것도 영문과?  기대가 큽니다요. 그대 나를 사랑하니 이 할아버지도 그대를 손주 딸처럼 사랑한단다. 참 발렌타인 선물, 그림의 떡 잘 받았다. 굉장히 비싸 보이는데 어디가면 이런 비싼 선물을 살 수 있을까?

롯데? 미도파? 현대? 아니야 이것은 로사의 사랑하는 마음에서만 살수 있지. 할아버지도 선물을 보내주고 싶은데 나는 아직 컴맹이라 그런 그림선물도 보낼줄 몰라요. 이해하기를  안녕히...  

 

 

 

친구들  이렇게 그동안 밀린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우리 수녀님의 도움을 받아서이지요. 난 아직 혼자서는 이렇게 긴 편지를 힘이 들어서도 못써요.

그래서 수고한 수녀님에게 감사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다시금 곧 맞이할 설을 축하하며 하느님의 복 많이 받으시고 토끼처럼 순박한 마음으로 행복하기를 빕니다.

 

 

                                               1999년  2월 13일

                                               혜화동에서 옛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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