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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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kmh1774] 쪽지 캡슐

2009-02-12 ㅣ No.9986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과

문득 예전의 일이 생각나 몇 글 적어 봅니다.

저는 현재 사는 동네로 1990년에 이사 들어 왔습니다.

이사 온 집이 당시 기름보일러였고, 기름을 시키기 위해 알아보던 중 보일러에 석유집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연락을 하여 석유를 시킨 후 석유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배달오신분이 현관문 사이로, 안방에 걸려 있는 고상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워하며 자신도 교우이며, 성당이 어디쯤 있으니 열심히 다니라고 했습니다.

저의 아내는 결혼전 우리 동네에 사는 오빠집을 자주 왕래했기 때문에 성당의 위치와 주변의 성당 교우분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돌아 온 주일에 미사 참례를 하고, 아내를 잘 아는 분이 저를 어느 분께 소개를 했는데 쁘레시디움 단장님이셨고, 전 그 주부터 쁘레시디움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임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수 년동안 성당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내가 구역모임에 나가보라고 하여 저는 상당한 두려움 속에 구역모임에 나가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두려움의 내용은, 직장이나 친구들과의 만남과는 달리 처음 보는 분들과의 대화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행여 대화의 내용이 성경말씀이 아닌지, 또는 성경에 대한 질문이나 성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등이 아닌지 염려되었기 때문에 구역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한동안 거부하고 레지오 활동만은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역장분이 찾아오고 하여 서먹서먹한 마음을 가지고 구역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어서 곧바로 저와는 상의없이 구역미사를 저의 집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집안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하기도 하는 등 그 때부터 구역 식구 몇 분들과 친교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구역장이 지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역장을 돕게 되었고, 그 후 신부님의 눈에 띄어 사목회의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우분들, 특히 형제님들의 경우 제가 처음 구역모임에 참여할 때처럼, 기존의 자신들의 친분관계와는 다른 세계에 뛰어 든다는 것에 상당히 망설이며, 긴 시간동안 생각한 마지못해 끝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물론 좋은 성격을 갖고 있는 분이나, 봉사자로서 활동을 하겠다고 작심한 분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사료되기는 하지만,

구역장님들 반장하실 분 찾으려 해도 거부하고 서로 맡지 않으려 한다는 말씀들 많이 하시고 공감하실 것입니다. 자매님들 역시 반장을 맡는 것이 제가 처음 구역모임에 나가는 것과 같은 심정이기 때문에 반장 맡는 것을 꺼릴 것입니다. 아마도,

한 사람의 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나름대로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신부님께서 새로 부임하시고, 또 사목회가 신부님에 따라 새로 구성되기도 하는 바, 새로운 봉사자를 찾아 임무를 맡기더라도 위와 같은 과정을 겪고 봉사자로 활동하던 종전 봉사자들을 아예 봉사자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교회의 대승적 차원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좋지 않은 평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 사람의 봉사자가 생겨나는 위와 같은 과정을 볼 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인을 성당으로 이끌어 입교시키는 것과 레지오단원 한분 입단시키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우분들이나 레지오단원들께서는 모두 실감하실 것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봉사자직에서 물러나서 저의 사생활과 사회생활 및 취미생활이 상당히 자유로워져 저를 물러나게 한 분들이 상당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와 같은 전철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사람의 봉사자를 새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봉사자를 그만두게 하는 것보다 꾸준히 봉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베려가 필요하다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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