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겟꾼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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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2-02-25 ㅣ No.153

제목: 지게꾼의 지팡이

 

 

 

그 지겟군은 늘 웃으며 살았다. 다들 그런줄 알았다.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땀으로 젖은 등판에는 지개자국이 늘 깊게 남아있었다.

 

 

 

짐이 많고 날씨가 구진 날이면 그 지개자국은 더 발갛게 부었다.

 

 

 

그러나 그의 등판을 본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게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그저 사람들은 그의 땀난 얼굴 목에 수건을 맨 그의 웃음가득한 얼굴을 바라볼수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사람들은 "성실"이라는 말로 불러주었다.

 

 

 

 

 

일년에 몇번 그 지겟군은 곤드레 만드레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몇모금 남지 않은 술을 지팡이에게 부어주었다.

 

 

 

왜 그랬을까?

 

 

 

그러고는 담배 항모금을 빨아 지게에 뿜었다.

 

 

 

 

 

그 지겟꾼이 폐렴으로 죽기전날 그날은 더운 여름날이었다.

 

 

 

짐을 다나른 그는 힘들어 지팡이를 놓았다.

 

 

 

지팡이를 주우려는 그가 고개를 숙이자 바지 사이로 그의 등자국이 보였다.

 

 

 

손님은 그의 등을 보고 놀랐다.

 

 

 

손님이 수고했다며 탁주사먹으라 몇푼 더주었지만

 

 

 

 

 

그는 사양했다.

 

 

 

그래도 찔려주는 그 몇푼을 머리 숙여 받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지팡이를 집었다.

 

 

 

 

 

한참을 그는 서있었다. 지팡이를 집은체

 

 

 

그리고 몇푼을 쥔체

 

 

 

그날 그는 탁주를 모두 지팡이에 부어주었다.

 

 

 

다음날 지팡이는 그를 이르케 세우지 못했다.

 

 

 

그날부터 지팡이도 누워 쉬게 되었다.  그지겟군과 함께

 

 

 

그 지팡이는 탁주 실컷 얻어먹고 지겟군의 손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매번 자기를 이르켜준 지팡이에게 실컷 탁주를 못 부어준 것이 못내 아쉬었는지?

 

 

 

그날은 그의 눈물도 같이 부어주었다.

 

 

 

 

 

그의 집에 커다란 빈 술주전자 하나 남아 그는 부자였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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