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흰나비 - 어느 교사의 메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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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8-27 ㅣ No.114

나비를 보았습니다

 

어디서나 볼수있는 흔하디흔한

 

배추 흰나비...

 

하지만 난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를 본 곳은 바로

 

지친 몸짓과 힘겨운 표정으로 가득찬

 

지하철 안이었기에...

 

 

 

너른 들풀 바람에 날리는 푸른 벌판에서

 

그를 보았더라면

 

아마도 그가 나비라는 사실조차

 

제겐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을테지만

 

지하철이라는,

 

생명이라는 단어가 낯선 공간에 나타난 그는

 

분명 하얗게 빛나는 나비였습니다

 

 

 

아주 우연히

 

사랑하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너무도 아픈 이별을 겪은 그녀는

 

많이 야위어있었습니다

 

 

 

3년이라는

 

어찌보면 기나긴 시간동안

 

그토록 많은 추억을 공유했던 그가

 

그다지도 많은 삶의 공간을 차지했던 그가

 

순간의 사랑에 눈이 멀어

 

헛된 핑계를 대며 매몰차게 돌아섰기에

 

그녀는 삶의 의지조차 잃었었습니다

 

 

 

다행히

 

기대치도 않았던 공간에서 흰나비를 만났던 그녀는

 

이제 다시

 

맑은 눈망울과 활기찬 웃음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쉴새없이 변하는 공간 속에서

 

가끔은 길도 잃고 숨도 막히겠지만

 

시간이라는 유유한 흐름 속에서

 

다시금 본연의 모습을 주시하고

 

그곳으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누구나 꿈꾸는 영원 속으로...

 

 

 

지하철에서

 

흰나비를 바라보던 저의 눈빛도

 

그녀처럼 그렇게

 

맑고 환하게 빛났으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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