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자기를 낮추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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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6-11-04 ㅣ No.322

신학교에서는 제단앞줄에 부제님들이 그리고 6학년부터 5학년 이렇게 역순으로 앉아서 마지막 성당 출입구에 1학년 그리고 성당 출입문에는 교수 신부님들의 좌석이 있다.

 

1학년때 성당 청소를 하면서 의자와 장괘틀을 닦으면서 "난 언제 저 제단앞에 앉아서 기도해보나?"하며 까마득하게 먼 맨 앞줄을 바라보곤 했다.

 

매년 학년이 올라가고 자리를 제단앞으로 몇개씩 옮기면서 우리 신학생들은 정말 말할수 없는  흐뭇한 기쁨을 갖었다.

 

그런데 어느날 학장신부님께서 자리를 옮기는 날 훈화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이 한해 한해 학년이 올라가서 마침내 맨 앞줄 부제님의 자리에 오르기 까지 7년에서 10년이 걸리지요

그리고 사제가 되어 저 제단에 오르게 되는것이 여러분의 노력이고 꿈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저 제단은 이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입니다. 저 제단을 정말 기도하며 바라보십시오. 가장 낮은 곳이 바로 저곳입니다. 제단이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있지요? 우리가 한해 한해 자리를 옮겨제단에 기도자리를 옮기는 것은 바로 제단을 향하여 올라가는것이 아니라 제단으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사제의 자리는 십자가의 자리이고 십자가보다 낮은 자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자기 자리 찾기를 가르쳐주신다.

 

바로 제자리 찾기!

 

난 그때 학장 신부님의 말씀을 잊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제단에 서 있는 사제를 존경하고 우려르지만 실상 그 사제위의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한때도 있다.

 

어쩌면 사제가 제일 그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제단의 십자가는 늘 사제의 등뒤에서 신자들을 향해 있기 때문에 사제가 보지 못해서인가?

 

입당을 하고 제단에 인사하며서 사제는 바로 십자가를 바라보아야한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제단의 사제석이 참으로 어려운 자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받아야할 느낌이었어야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전에 이런말이 있어야 한다. "그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자리는 어떤 자리인가?"

 

십자가아래에 있는 사제의 마음은 마리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사제는 제단위에 있지만 십자가 아래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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