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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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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paul62] 쪽지 캡슐

2000-09-07 ㅣ No.1123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돕니다.

이것이 가을이라는 걸까요?

비가 올 것같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지만

저는 이런 잿빛 하늘이 참 좋습니다.

 

아침미사를 끝내고 사제관으로 돌아와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제 먹은 음주 탓인지,

부옇게 변해버린 흰자위와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이

보입니다.

사람 만나는 일, 적당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문화생활,

무난하게 살아가기 위해 습득한 몇가지 요령들...

놓치기 싫은, 놓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얼굴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그런 결단을 원하는 것일까요?

가진 것은 그대로 두고

당신 사랑을 더 얹어 받고자 하는 욕심을

주여, 제게서 없애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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