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 소말리아의 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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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5-01-26 ㅣ No.146

 

* 소말리아의 한 소년


    성디모테오와 디도 주교 기념일                 * 이종안 신부


안녕 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참만에 뵙는 건데 이제 간다고 인사를 드리려니까 송구스런 맘이 많습니다. 어머님 같으신 누님 같으신 수녀님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의 어느 신문기자가 쓴 글을 먼저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들어보신 수녀님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잭 켈리’라는 기자가 소말리아라는 나라에 가서 겪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소말리아는 극심한 가난과 기아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 나라이고 이국의 기자들이 그 나라의 수도 모가 디슈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기근이 아주 극심하던 때 기자들이 그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기자가 살아있는 어느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서 배가 불룩했습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고 피부는 백살정도 된 노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일행중의 한사람이 과일을 하나 갖고 있어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너무 기운이 없어 그것을 가지고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자가 과일을 반으로 잘라서 먹을 수있게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일행이 소년의 뒤를 따라 갔지만 소년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다른 아이가 길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아이의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고 그 작은 아이가 바로 소년의 동생이었습니다. 형은 자신의 동생 곁에 무릎을 꿇더니 손에 쥐고 있던 과일을 한입 베어서는 그것을 씹었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입안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동생의 턱과 머리를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그 과일을 씹을 수 있게 도와 주었습니다.


기자와 다른 사람들은 그 소년이 동생을 위해 보름이 넘게 그것을 반복해 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답니다. 며칠뒤에 안타깝게도 그 소년은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동생은 죽지 않고 끝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예...... 마음 한구석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 어린 소년은 그 엄청난 고통의 환경 가운데서 기적을 만들어 냈구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제자이나 협력자였던 ‘디모테오 디도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일흔 두명의 제자들을 짝지어 파견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복음으로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추수할 일꾼들이 적다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떠나라‘라고 하셨습니다. 돈 주머니나, 식량자루, 신발도 지니지 말고, 인사하느라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 대신에 제자들을 홀로 보내시지 않으시고 둘씩 짝지어서 보내셨습니다. 물질적인 여유분은 필요없다 하셨지만  서로를 도와 주고 의지할수 있는 동료는 당신 손수 짝지어 주셨습니다. 혼자서 마음껏 자기 재능을 펼치라 하신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 다니며 힘을 모아 복음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디모테오 성인이나 디도 성인이 보여주신 것처럼 예수님이 짝지어 주시는 그 동료는 돈주머니 보다 식량자루보다 여분의 신발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되고 훨씬 더 값진  열매를 맺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며 사랑하는 동생을 살릴 수 있었던 아프리카의 어느 소년처럼 사도 바오로의 곁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협력자로 값진 열매를 맺으며 사셨던 디모테오와 디도 성인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진정한 ‘동료’가 되어줄수 있다며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우리들 곁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멘.


*****  이종안 요셉신부는 사랑하는 나의 후배사제로 이 강론을 마지막으로 오늘 이곳 수녀원을 떠나 로마 유학의 길을 떠났다. 유학을 떠나기전 이곳수녀원에서 함께 성탄 미사를 봉헌하며 얼마간 함께 수녀원에 있었다. 신학교 시절 한건물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던 동생과 오늘 공동주례로 송별미사를 하면서 요셉신부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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