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느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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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칠 때마다
기쁘고 즐거울 때마다 찾곤 하던
교정 한구석
어느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에 올라 가지에 기대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나무가지에 달려있는 많은 나뭇잎들이
사각사각 서걱서걱
무언가에 의해 나부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보이지 않은 무엇은
나뭇잎들을 한껏 흔들어 대고
다시 내게 다가와
나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건드려주고
내 손가락과 발가락 마디마디를
슬쩍 눙치듯 감싸주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볼 줄 아는
진정한 장님인 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무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보같고 어리석은 저이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무언가
내 머리칼을, 내 손가락과 발가락을,
그리고 내 온 몸과 온 맘과 온 삶을 감싸는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이 멀게 되는 날,
그래서
오로지 보이지 않는 것만 보게 되는 날,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푹 젖도록 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무제의 시를 선물하셨다.
내가 제목을 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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