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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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3-29 ㅣ No.2016

날씨가 참으로 좋습니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이제는 차다기 보다는 상쾌하다는 느낌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봄인가 봅니다. 이 봄 전쟁만 아니라면 참 좋을텐데...

전쟁이 봄마저 봄으로 못 느끼게 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루가 복음 18,9-14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입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 데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리였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보라는 듯이 서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 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일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하고 기도하였다.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기도하였다.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기도하라고 하면 고개를 젖습니다. 왜 그런 것을 저를 시키느냐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마치 기도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이 하시는 것이라는 태도입니다. 기도하기를 무척이나 어려워합니다. 그런데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기도는 말을 잘 하거나 미사여구를 잘 사용하거나 길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대화하는 기도에 잘 하는 기도가 있고 못하는 기도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자세로 기도하느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에 내 마음을 얼마나 정성껏 실느냐의 문제입니다.

 

세리에 비해서 바리사이는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하고 얼마나 말을 잘 합니까? 하지만 예수님께 칭찬받는 사람은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일단 기도를 잘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조건 못한다고 겸손해 하니까말입니다. 겸손의 덕은 갖추었는 데 다음이 문제입니다. 이제 그 겸손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자주 말을 걸어야 합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자주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사실 기도도 자주 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예수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하겠습니다. 기도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말을 오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짧고 굵게 하더라도 마음을 담아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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