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승리한자가 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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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기 [kunkilee] 쪽지 캡슐

2000-03-01 ㅣ No.1284

추기경님

 

길가에 움츠리고 있던 풀들이 푸른 빛이 띄어가는 걸 보니 또 다시 봄이 오는가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추기경님^^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이베르나르도라는 대학생 입니다.

 

지난 겨울 부터 저는 진실로 한가지 의문이 제 마음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강하기에 승리하는가 아니면 승리하였기 때문에 강한가라는 문제입니다.

 

감히 추기경님에게 말씀드리고 송구하지만, 그동안 저는 당연히 강하기 때문에

 

승리하였다라는 명제에 아무런 의심도 없었고 설사 그렇지 못한 사실을 보더라도 이는

 

잘못된 것이기에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연한 명제가 요즘은 그렇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과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저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제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면, 도대체 내가 진리표방이라는

 

거짓된 표어를 내세우고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 후배들에게도

 

그동안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 해 주기 보다는 요령껏 살아라라는 말을 떳떳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히려 거짓된 위선보다는 옳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도 최선을 다해 강하기 보다는 승리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추기경님, 하느님의 세상이 아닌 인간들이 숨쉬고 웃고 울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정말로

 

승리하였기 때문에 강한것이라 통용되는 세상입니까 강한것이기 때문에 승리하는

 

세상입니까?

 

푸른 빛이 나날이 짙어가는 봄의 입구에서

 

솜씨 없는 이상한 글을 보내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추기경님의 강건하시길 빌며

 

대구에서 이베르나르도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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