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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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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3-11-20 ㅣ No.2661

어제 오늘 이틀간에 걸쳐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장의 양도 양이고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중에도 기쁘고 즐겁게 봉사해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이 밤 모두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저녁에 푸드뱅크 실무자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지구내 여러 사회복지 시설에 일차로 김장 김치를 전달했는데 모두들 너무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일부 다른 곳에서 받은 김장 김치와는 확연하게 차이나는 맛과 품질에 매우 기뻐했다고 하며,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김치공장을 해볼까...

 

이번 김장 담그기 행사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리고, 자세한 풍경은 사진과 함께 올려드리겠습니다.

 

우리 13지구에서는 지구 차원에서 공동 사회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드뱅크는 말 그대로 음식 은행이죠. 쉽게 예를들면 학교 급식이나 제과점 등에서는 매일같이 많은 양의 음식이 남습니다. 물론 먹던 것이 남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것은 표준어로는 잔밥, 속어로는 짬밥이라 부르는 것으로 주로 사료용으로 사용되지요. 남은 음식이란 급식을 하고, 또 판매를 하고 그날 남은 깨끗한 음식을 말합니다. 보통 제과점에서도 그날 만든 빵은 그날 팔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멀쩡한 빵이라도 싸게 파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음식들을 기중받아 바로바로 우리 지구내의 어려운 이웃들, 독거 노인들에게 가져다 드리는 것이 푸드뱅크의 주된 활동입니다.

 

현재 제가 정확한 대상자 숫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약 3-4백 여분이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김장 담그기는 바로 이분들에게 비록 적지만 그래도 맛있는 김장 김치를 전달해 드리고, 또 우리 본당에서 빈첸시오회 활동 대상자와 구역반장단에서 추천하신 이웃에게 김장 김치를 전달해 드리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참고로 지구 푸드뱅크 사업 대상자에 대한 김장을 우리 본당에서 담그게 된 것은 제가 지구 사회복지 담당신부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동작동에서 담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장의 양을 말씀드리면 대략 배추 1200포기, 무우 200단이니까 그 양이 상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많은 것을 어떻게 하나 참 막막했는데, 여성구역 간부들과 수녀님께서 이리저리 궁리하고 조언을 구하고 연구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고 막막했지만 막상 시작하니까 벌떼같은 자매님들의 손끝에서 3일에 걸쳐 하기로 계획했던 일을 이틀로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노하우를 터특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물론 헌신적으로 봉사해주신 우리 교우분들은 기본이구요. 먼저 처음으로 천 포기가 넘는 김장을 준비하면서 용인 성모 자애원의 수녀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수녀님께서는 만 포기까지도 담아보신 분이라 천 포기 정도가지고... 하시면서 많은 노하우와 정말 요긴한 장비를 빌려주셨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치를 담그는 통, 특별히 제작하신 것인데 거의 예술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평소 가락시장을 자주 이용하시기 때문에 그곳에서 경매하시는 분도 소개해 주시고, 기타 양념과 야채를 구입하는 곳도 다 소개해 주시고, 그 과정에서 농산물 유통업을 하시는 한 개신교 형제님도 알게 되었는데, 그분께서 평소 천주교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한다고 하시며, 무료로 소요 배추와 무우 전부를 기증하시겠다고 알려오셨습니다.

 

올 해 사정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배추나 무우 값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저희가 다만 얼마라도 지불하고자 했지만 극구 사양하셔서 감사의 인사밖에 드리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저께 밤 10시가 넘어서 배추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남부 순환로 낙성대 역 쪽에서 동작 고등학교 앞 고개를 넘어 오도록 길을 안내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사 분이 전화를 하셔서 트럭이 현대 아파트 앞 언덕을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무거워서... 그래서 마침 화장실 앞 가리개 공사를 위해 오신 분 트럭을 가지고 가서 밧줄로 연결해서 끌고 올라왔습니다. 이 때 도착한 배추와 무우는 흔히 상품이라 부르는 것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언덕을 올라오지 못할만큼 1톤 트럭에 가득실은 배추와 무우는 총 700포기와 160단이었습니다. 기증하신 분으로부터 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소요량 전부 싣고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침 유통을 담당하시는 곳에 그날 저녁 큰 차가 없어서 다 못 싣고 갔다고 죄송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분의 마음과 정성은 오히려 우리가 미안할 정도인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경매사에게 그날 밤으로 연락해서 새벽 경매 물량중 배추 500포기와 무우 40단을 추가로 주문해서 어제 오전에 다 도착했습니다. 그분께서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으로, 게다가 좀 적은 배추들은 덤으로 더해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김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어제 오전 10시 미사 후에 본격적인 김장 담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배추와 무우, 파 등의 채소를 모두 다듬고, 배추를 쪼개 소금을 뿌려 자애원에서 빌려온 절임통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벽돌을 쌓듯이... 이따가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분과장님과 사목회 총무님께서 장화신고 통 안에 들어가서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허리 펼 시간도 없이 밀려드는 배추를 받아 쌓느라... 이렇게 일차 작업이 끝나고 자매님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밤 9시가 넘어서 다시 절임통 안에 들어가서 배추를 뒤집는 큰 일이 있었습니다. 밤새 그대로 두면 아래쪽의 배추는 너무 짜고 위의 배추는 숨이 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주회를 마친 천상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께서 열심히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에 긴장도 되고... 오전 8시부터 자매님들께서 속속 모이셔서 잘 절여진 배추를 꺼내 깨끗이 씻고 물을 빼고, 또 한편에서는 어제 다듬은 채소들을 썰어서 속을 만들고... 그러는 와중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천막치고... 비가 오는 중에도 우리 자매님들은 끝까지 비를 다 맞아가면서 작업을 하셨습니다. 마치 김치 공장처럼 파트별로 나누어서 작업을 하고 조별로 할당된 배추와 속을 가져다가 김치 속을 잘 넣어 말아주면 그 옆에서는 미리 준비된 김장 봉투에 담아 묶고 바로 준비된 스티로풀 상자에 넣고 테이프를 붙이고, 형제님들은 완성된 김치를 차곡차곡 쌓고... 정말 대단했습니다.

 

강당에서 구역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잘 먹고 계속해서 작업에 들어가 오후 3시 반 경 준비된 김장 박스 4백 50개를 모두 만들어 푸드뱅크 차량에 싣고, 본당에서 나누어줄 물량은 구역장님들이 찾아가고, 사제관 수녀원 김장도 올리고, 본당 행사 때 사용할 김치도 두 항아리 땅에 묻고 등등... 4시가 넘어 대부분 일을 마무리 하고 자매님들이 돌아가신 다음, 형제님들과 함께 성당 마당과 성당 1층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무리를 하니 5시 반이더군요. 이렇게 해서 준비기간 빼고 이틀에 걸친 김장 담그기가 대단원에 막을 내렸습니다.

 

다시 한 번 헌신적으로 또 기쁜 마음으로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목회와 남성 여성 구역분과, 사회복지분과, 레지오 마리애 그리고 직원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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