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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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297 강재용 [wodyd1009] 200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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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큰아이는 유치원 때 세례를 받고 천주교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주일학교 전례활동을 하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열심히 미사에 참례하였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신부님들은 왜 신부님이 되었을까?”
“글쎄……,예수님 닮은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러셨겠지…….”
아이라서 그랬는지 내가 엄마라서 그랬는지 가장 원론적인 답을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다음 아이의 반응에 난 당황했다. 아이는 어처구니 없어하는 얼굴로,
“엄마는 그럼 예수님 닮은 신부님 본적이 있어?” 라고 되물었다.
“물론 있지”
하면서 횡설수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아이는 1년쯤 더 버티다가 지금까지 냉담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섞어가며 “남자가~남자다워야 남자지~~!”라고 하던 대사가 유행했다. 그 개그처럼 “교회가 교회다워야 교회지~~~!”라고 오늘 한국교회를 비판한다하여도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라서 다시 한 번 돌아보기는커녕 그야말로 눈도 끔쩍하지 않을 것이 바로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너무 타성에 빠져버린 것이다.
타성에 젖는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본인 스스로 그것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적하는 이의 말에도 전혀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당사목은 물론 특수사목에서도 신부님의 독선이 하늘을 찌른다.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는 현 정권의 최고 권력자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사제들이 당당하게 존재하는 현실 앞에서 나는 솔직히 우리 천주교회가 참으로 부끄러울 때가 많다. 게다가 순명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제의 의지에 맹종하는 교우들 또한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의 사장들도 감히 행사할 수 없는 전행이 우리 교회 안에는 하느님의 대리자, 교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는 교회 밖의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거대자본이 판을 치는 경쟁사회,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날로 심화되는 세상에서 교회는 어떤 부르심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가난한 이들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더 많은 눈물을 감수하고도 억울하여 화가 나는 백성에 대한 우선적 배려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교회가 대한민국에 몇 퍼센트나 될지 정말로 궁금하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교회 안에 예수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타성화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타성에 젖어 있는 교회에 우리는 어떤 솔직한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을지 꼭 물어보고 싶다.
창립 시기부터 함께했던 우리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도 초심을 놓치고 아니한 타성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http://gaspi.org 에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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