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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II: AI와 교회 (4-5) AI의 장점들

50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11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AI와 교회 (4) AI의 장점들 ①


안정적인 ‘기억력’과 반복 학습에 의한 높은 ‘이해력’ 지녀

 

 

현재의 AI가 가진 탁월한 장점인 ‘기억력’(Memory)과 ‘이해력’(Intelligence)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AI는 기억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은 기억력에 있어 왜곡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건망증이나 치매에 의한 기억력 감소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AI는 1940년대 이래로 이러한 기억의 왜곡 및 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인공 신경 네트워크(ANN·Artificial Neural Networks)의 발전에 힘입어 탄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CPU(중앙 처리 장치)와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갖춰져 저장된 데이터의 오류나 손실 걱정이 거의 없는 컴퓨터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까지 발전된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을 통해 기억의 왜곡 및 삭제 문제가 없는 충분히 안정적인 기억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기억력은 AI의 최대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2015년 당시 처음 개발된 알파고는 단일 컴퓨터로 구동되는 ‘단일 버전’(single version)과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분산 버전’(distributed version)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단일 버전의 알파고는 48개 CPU와 8개 GPU, 분산 버전은 1202개 CPU와 176개 GPU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억력만으로 AI의 특성을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기억력은 충분히 좋은 하드디스크나 CPU, GPU 등의 하드웨어만 적절히 갖추면 기본적으로 보장됩니다. 따라서 AI만이 내세울 수 있는 다른 탁월한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해력’입니다.

 

최근의 AI 발전 방향은 반복 학습을 기반으로 기계 학습을 강화해 나가는 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현재 AI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심층 학습, 지도 학습, 자율 학습, 강화 학습 등의 다양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들은 - 학습을 시키는 세부적인 방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 특정한 AI에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입력시킨 후 반복적인 패턴을 학습시킵니다. 추후 유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될 때는 동일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일차적으로 채택하며, 그 후 더 이상의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지 않게 될 때까지 이 방식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AI는 계산 속도가 빠르고 기억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반복 학습에 있어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5살 어린이가 한 자리 숫자들(0~9) 간의 덧셈을 익힐 때(예: 4+7=11)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을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들을 푸는 반복 학습으로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른 문제의 계산도 할 수 있게 됩니다. AI도 역시 반복 학습으로 나중에는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도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AI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속도 면에서 월등히 빠르게 계산할 수 있고, 계산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인간보다 월등히 적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반복 학습에서 AI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 학습의 장점을 세상에 드러낸 단적인 예가 바로 심층 학습 알고리즘을 채택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입니다. 알파고의 경우 2015년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바둑 기보를 입력시켜 반복 학습을 시키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 후 알파고 리는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 패배함으로써 AI의 반복 학습이 지닌 위력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주었죠.

 

바로 이러한 AI의 반복 학습 능력은 이해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해력은 유사한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되고 발전해 나가는 능력이기 때문에, 인간뿐만 아니라 AI도 역시 이해력을 갖추어 나가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해력 수준은 인간보다 AI가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알파고 리의 경우,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는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 패배했으며, 2017년 중국의 커제와의 대국에서는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습니다. 바둑이라는 특정 게임에 대한 이해력에 있어 알파고가 이세돌, 커제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2017년에 등장한 알파고의 최종 버전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더 이상 인간의 기존 바둑 기보에 의존하지 않고, 바둑의 규칙만 주면 스스로 학습하고 실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학습 36시간 만에 기존 알파고 리의 수준을 능가하였고, 72시간 만에 알파고 리와의 대국에서 100전 100승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40일 동안 알파고 제로는 2900만 번의 자가 대국을 진행하며 학습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AI는 과거에 인간이 일일이 빅데이터를 주입시켜 학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했지만, 어느 수준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적 개입이 없어도 일정한 이해력의 정도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8일,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AI와 교회 (5) AI의 장점들 ②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이해력… 인간 이성보다 월등한 AI 출현할까

 

 

- 구글의 딥마인드가 2021년 공개한 단백질 구조 예측용 AI ‘알파폴드’(AlphaFold) 소개 이미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로 36만5000개 이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생물학의 모든 분야에서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출처 딥마인드 홈페이지

 

 

지난번에 저는 AI가 가진 탁월한 장점인 기억력과 이해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제 이해력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2020년 12월 구글의 딥마인드는 사전에 규칙이나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이 없어도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아타리(Atari), 바둑, 체스, 쇼기(shogi) 네 가지 게임을 마스터하는 새로운 AI인 ‘뮤제로’(MuZero)를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뮤제로는 가치(value·현재 위치는 얼마나 좋은가?), 정책(policy·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보상(reward·마지막 행동이 얼마나 좋았는가?) 등 세 가지 환경 요소를 모델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뮤제로가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우도록 이끕니다.

 

뮤제로의 이러한 의사 결정 방식은 사전에 규칙 및 데이터 학습을 하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최초의 사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딥마인드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AI는 이제 어린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시행착오와 고민을 통해 천천히 학습을 하는 것과 사실상 유사한 방식의 학습을 드디어 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예들은 AI의 이해력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가 AI를 Artificial Intelligence 곧 ‘인공(적으로 만든) 이해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탁월한 이해력이야말로 AI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며, AI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AI는 인간에 비해 월등한 기억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월등한 기억력과 이해력을 통한 이성적·합리적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둑을 예로 들어 본다면, 알파고는 이세돌이나 커제 등 다른 어떤 인간보다도 수를 정확히 꿰뚫고 있으며 상대방이 어디에 바둑돌을 두는지를 본 직후 자신의 우승 확률에 어떠한 변동이 생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반드시 대국을 이길 수 있도록 적절한 수를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AI는 월등히 안정적인 기억력과 함께 인간이 감히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반복 학습을 통해서 AI 자신의 존재 이유(알파고의 경우는 바둑)에 맞는 이성적·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현재 AI의 이러한 판단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법학 분야에서는 엄청난 양의 법률과 판례들을 AI에 입력하고 학습시킨 후, 이를 법률 분야, 특히 법적인 판단의 영역에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엄청난 양의 DNA 정보 및 헬스케어 관련 정보를 입력한 후 질병, 유전병, 전염병 등과의 관련성을 찾고 예측·판단하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신 인공지능 모델 ‘알파미스센스’(AlphaMissense)가 찾아낸 단백질 변이체. HBB유전자의 변이(왼쪽)인 베타-글로빈 단백질은 헤모글로빈의 하위 구조의 하나로 겸상적혈구빈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온 채널에 작용하는 CFTR 단백질의 변이(오른쪽)는 낭포성 섬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출처 딥마인드 홈페이지

 

 

특히 2021년 7월 구글의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용 AI인 알파폴드(AlphaFold)를 통해 36만5000개 이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예측·판단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공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AI가 대단히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연구에서도 상당히 유용하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이 AI는 특정 분야에 있어 인간보다 월등히 유용한 이성적·합리적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파고와 같이 특정한 이성적 영역에서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갖춘 AI의 존재는 많은 이들이 strong AI(국내에서는 흔히 ‘강인공지능’이라고 번역)의 출현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악의를 가진 인간들에 의해 strong AI가 잘못 활용될 경우 미칠 파장이 대단히 클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SF 영화나 소설에서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파멸된 미래, 인류의 몰락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strong AI가 가진 파괴력을 우려한 이유로 보입니다.

 

과연 인간은 strong AI를 만들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는 strong AI가 출현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AI는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이 사실상 많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예측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학자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저 역시 이 질문에 대해 독자적인 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strong AI의 출현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22일,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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