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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18: 제사 지내도 되지만 축문 · 합문 등은 해선 안돼

84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9-18

한국 천주교회와 이웃 종교 (18) 제사 지내도 되지만 축문 · 합문 등은 해선 안돼

 

 

- 한국 주교회의가 마련한 상장례와 제례에 대한 상세한 지침(1958년)은 몇 가지 행위를 제외하고 가톨릭 신자가 유교적 의례를 거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출처=<제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톨릭 신자로서 유교의 상장례와 제례를 지내도 됩니까?

 

“교회는 민족들의 관습 가운데에서, 오류와 미신에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그것을 보존하고 육성할 것입니다.”(비오 12세의 회칙 「Summi Pontificatus」)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현재 사용하는 상장례의 전통은 유교적 관습의 일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비오 12세 교황이 승인한 「중국 예식에 관한 훈령」(1939년)에 따르면 “시신이나 돌아가신 분의 상(像) 또는 단순히 이름이 기록된 위패 앞에 머리를 숙임과 기타 민간적 예모(禮貌)를 표시하는 것은 가능하고 타당한 일”입니다. 이 훈령에 따라 우리나라 주교단이 마련한 상장례와 제례에 대한 상세한 지침(1958년)은 가톨릭 신자가 유교적 의례를 거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행위는 금지합니다. 곧 제사에서 조상 신령에게 고하는 축문(祝文)과 혼령이 제물을 흠양하도록 문을 닫고 참석자들이 잠시 물러나는 합문(闔門), 장례에서 죽은 이의 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예식인 고복(臯復)과 죽은 이의 혼을 고이 모시고 저승으로 가라는 뜻으로 저승사자를 위하여 밥과 신발을 상에 차려 놓는 사잣(使者)밥, 그리고 죽은 이의 입에 쌀과 엽전(동전) 또는 구슬 등을 넣는 예식인 반함(飯含) 등의 풍습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어긋납니다.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은 제사를 어떻게 지냅니까?

 

“주교회의가 허락한 제례는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이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1항)

 

제례의 근본정신은 조상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조상의 유지에 따라 진실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입교한 신자들 중에는 어려서부터 제례를 지내온 분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신자 가정 가운데에서도 제례를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회는 이러한 전통 제례의 아름다운 정신을 복음의 빛으로 재조명하며 시대에 맞게 적절한 표현 양식을 찾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명절이나 기일 등 조상을 기억해야 하는 특별한 날에 우선적으로 위령 미사를 봉헌하지만 다음과 같이 제사와 차례를 지낼 수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단정한 몸가짐과 복장으로 십자고상과 조상의 영정이나 이름을 놓고 정성껏 상을 차려 제사를 거행합니다. 제사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응답하는 말씀 예식과 분향·큰절·음복의 전통적 추모 예식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신위(神位)·신주(神主)·위패(位牌)·지방(紙榜) 등은 죽은 이의 신원을 표시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조상에 대한 기억을 넘어 조상 숭배를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상의 이름’이나 ‘조상의 사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삼우 미사는 유교 관습입니까?

 

“성찬례를 통하여 신자 공동체 특히 죽은 이의 가족은, 죽은 이가 한 지체로서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통공을 이룸으로써, 또 죽은 이를 위하여 죽은 이와 함께 기도함으로써, ‘주님 안에 잠든’ 이와 친교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89항)

 

유교의 예식에는 초우(初虞)·재우(再虞)·삼우(三虞) 등 우제(虞祭)의 전통이 있습니다. 초우는 장사 당일, 재우는 다음 날, 삼우는 그다음 날 지냅니다.

 

유교의 경전 가운데 예절서에 해당하는 「의례」(儀禮)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삼우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나라의 유명한 주석가인 정현(鄭玄, 127~200년)은 삼우를 다음과 같이 풀이합니다. “우(虞)는 상제(喪祭)의 명칭이다. 우는 ‘안정’[安]시키는 것이다. 뼈와 살이 땅으로 돌아가니 정기(精氣)가 갈 곳이 없게 되어 효자는 그것이 방황할까 염려한다. 이에 세 번 제사를 드려 안정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천주교 신자들이 장례를 치르고 이틀 뒤 봉헌하는 삼우 미사는 유교의 예절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주교회의의 「상장 예식」에서는 삼우를 고인이 아니라 유가족을 안정시키는 시간으로 해석합니다. “세상을 떠난 이보다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중략) 그러므로 이 기간은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여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 사별의 아픔을 달래고 희망을 북돋우는 때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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