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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해설

126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1-06

프란치스코 교황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해설


마음을 잃어버린 세상에 호소하는 예수 성심과 사랑의 가치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4일(현지시간)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를 반포했다. 회칙은 ‘마음’을 잃어버린 세계, 그리고 낡은 구조와 관행에 얽매이는 가톨릭교회 모두를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 그 사랑만이 아름다운 세상과 교회의 쇄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임을 제시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미국 뉴욕주 퀸즈 순교자의 모후 성당 예수 성심 스테인드글라스. OSV

 

 

마음을 잃어버린 세계의 고통

 

교황은 회칙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창조됐다”며 “세계가 마음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물질과 재화에 대한 탐욕과 참혹한 전쟁을 대하면서도 비정하고 무관심해진 세상에 대한 교황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한다.

 

저명한 신학자이자 이탈리아 키에티-바스토대교구장인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는 10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새 회칙이 교황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칙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수많은 형태의 폭력이 야기한 고통에 대한 교황 자신의 체험에서 태어났다”며 “교황은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고통받는 이들 곁에 다가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포르테 대주교는 이 회칙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사회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 두 사회 회칙의 가르침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사랑의 물을 마심으로써 우리는 형제애로 서로를 연결하고 모든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그럼으로써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해서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표지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이런 맥락 안에서 교황은 소유를 통해서만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서 사랑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하고, 구매하고, 스스로를 산만하게 하도록 강요받으며, 우리의 즉각적이고 하찮은 필요를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억압적인 시스템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이 뒤틀린 메커니즘 안에 자리할 곳이 없다 하지만, 오직 그 사랑만이 우리를 조건 없는 사랑을 위한 자리를 잃어버린 이 광적인 추구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 세상에 다시 심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우리가 사랑할 능력을 잃었다고 여기는 곳에 사랑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회칙은 또 한 가지 목표, 즉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예수 성심과 그 사랑의 불이 필요함을 일깨우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교황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조와 걱정,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광신주의로 대체되지 않도록” 교회 역시 이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낡은 것들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기보다는, “우리를 해방하고, 생기를 불어넣고, 우리 마음에 기쁨을 주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하느님의 대가 없는 사랑을 대체하는 결과를 낳는다.”

 

교황이 새 회칙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폐막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반포한 취지는 가톨릭교회 역시 교회의 참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성령의 이끄심,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이 상징하는 무한한 사랑에 의탁해야 함을 시노드 대의원들과 전 세계 주교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예수회 가톨릭 잡지 ‘아메리카’지는 새 회칙의 요지를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마음(heart)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고 세상은 그 마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심각한 위협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려 이를 되찾아야 하는 때다. ‘마음’은 “모든 영적, 심적, 육체적 차원에서 사랑이 깃드는 자리”(21항)이다. 우리 삶의 모든 심오한 질문들을 요약하는 단 한 가지 질문은 “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23항)이다.

 

마음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시작되고, 이를 통해 다른 이를 사랑할 능력이 흘러나온다. 그리스도의 제자됨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 세상에 마음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사랑할 능력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곳에서조차 사랑을 되살릴 수 있다.”(제218항)

 

두 번째, 회칙은 지성을 넘어선 사랑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교황은 지나치게 합리주의적, 기술지향적 사고에 비판적이다. 생각과 의지는 마음과 구별돼 “쉽게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조작 가능하다”며 디지털 알고리즘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우리의 사고를 조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제14항 참조)

 

회칙은 이어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강조한 ‘애정’을 원용하고, 삶의 개혁이 “감정과 실천이 지식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결과물에 불과한 것처럼 일상에서 지식의 개념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제24항 참조)라고 설명한다. 마치 피정 지도처럼, 교황은 38개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예수님의 마음 속 갈망과 배려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체제 유지 또는 구조 개혁보다 사랑을 키워야

 

세 번째, 교황은 구조 개혁보다 사랑을 더 깊이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폐쇄적 교회와 영적 세속성을 비판해 온 교황은 회칙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은 복음과 관계가 적은 외적 활동이나 구조적 개혁, 강박적인 재조직 계획, 세속적인 프로젝트와 사고방식, 필수 프로그램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공동체와 사제들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이원론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제88항 참조)고 지적했다. 교황은 교회가 신학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강력한 애정 어린 사랑에 의해 더욱 감동받기를 희망한다.(제90항 참조) 체제유지적 집단이나 지나치게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이들 모두 다시금 살아있는 사랑의 필요성으로 방향을 틀어주기를 바란다.

 

네 번째, 교황은 예수 성심과 관련된 신심의 이미지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신심 전체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교황은 나아가 대중 신심의 표현을 감정적이거나 깊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이어 “하느님 백성의 뜨거운 신심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주님을 위로하려는 사랑의 표현이 … 때로 더 성숙한 신앙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차갑고 계산된 명목상의 사랑의 행위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제160항 참조)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예수 성심 신심의 한 가지 요소는 우리의 죄가 예수님 마음에 슬픔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랑의 말과 행동으로 ‘보속’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예수님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뜻을 순수한 것으로 여기지만, 보속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교황은 극단적 형태의 보속에 부정적이며, 오히려 보속은 그분의 구속적 사랑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이는 이웃 사랑으로 실천할 수 있다. 예수 성심을 아프게 하는 우리 죄에 대한 통회는 자기 연민이나 완벽주의가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4년 11월 3일, 박영호 기자]

 

 

교황,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반포


즉위 후 네 번째 회칙…"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 되찾아 세상의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것"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간에 걸친 시노드 여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예수 성심과 그분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담은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를 반포했다.

 

교황은 탐욕과 전쟁에 대해 ‘비정’(heartless)하고 무관심한 세상, 그리고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열기 위해 선교적 기쁨을 되찾아야 하는 가톨릭교회를 위해, 10월 24일 자신의 네 번째 회칙을 반포했다.

 

총 2만 8000자 분량의 회칙에서 교황은 “우리 모두는 마음(heart)의 중요성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한 사랑”에 대한 이 회칙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을 되찾고, 이를 통해 교회와 세상의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것을 촉구했다.

 

새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네 번째 회칙으로, 지금까지 교황은 「신앙의 빛」(Lumen Fidei, 2013),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020) 등 3편의 회칙을 발표했다.

 

교황은 새 회칙이 이전의 두 사회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과 함께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새 회칙은 사회 회칙의 가르침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의 만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다”며 “그 사랑의 물을 마심으로써 우리는 형제애를 맺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모든 것이 사고 팔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가치는 점점 더 돈의 힘으로 축적할 수 있는 것에 달려 있다고 느낀다”며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우리를 이 미친 추구에서 자유롭게 하고, 우리 세계에 마음을 되찾아주며 사랑의 능력을 상실한 곳에 사랑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별히 시노드 폐막을 앞둔 시점에서 새 회칙을 발표함으로써 시노드 대의원들과 전 세계 주교들에게 또 한 가지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교황은 “교회 또한 그 사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오래된 구조나 과도한 개인적 생각과 의견, 또는 여러 형태의 광신주의로 대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 장으로 구성된 회칙은 성경과 이전의 교도권 문서들, 성인과 예수회원들의 저술 등에서 발췌한 묵상들을 통해 전통적인 예수 성심 신심을 교회 전체에 다시금 제안하고 있다.

 

1장에서는 ’진정한 진실의 자리‘인 마음의 중요성을 재발견할 것, 2장에서는 예수 성심이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상징하는 가장 깊고 개인적인 원천이며 복음 선포의 핵심임을, 3장에서는 예수 성심 신심이 예수 그리스도 전체에 대한 경배임을 가르친다. 

 

또한 4장에서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를 비롯한 성인과 예수회원들의 성심 공경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예수 성심 신심이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이며 선교적 차원을 포함함을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2024년 11월 3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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