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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교회상식 더하기13: 사제직은 일 년에 한 번씩 갱신한다?

698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4-02

[교회상식 더하기] (13) 사제직은 일 년에 한 번씩 갱신한다?


자격 유지 아닌 ‘사제의 첫 마음’ 기억하기 위한 예식

 

 

- 2025년 수원교구 성유 축성미사 중 사제들이 서제 서약 갱신에 참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주간 중 목요일,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주님 만찬 미사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해마다 이날 신부님들이 사제 서약 갱신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사제 서약 갱신식은 해마다 성주간 목요일 오전 각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되는 성유 축성 미사 때 이뤄집니다. 사제 서약을 해마다 갱신하다니…. 사제직도 면허처럼 갱신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덜컥 신부님의 고용 안정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리 때 ‘성사’에 관해 잘 배운 분들이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세례·견진성사와 마찬가지로 “성품성사도 지워지지 않는 영적 인호를 새겨 준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니 한 번 받은 성품성사를 다시 받는 것도, 한시적으로만 받는 것도 불가능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582항)

 

그렇다면 왜 성유 축성 미사 때마다 사제 서약 갱신식을 하는 걸까요? 바로 이날이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제직을 우리에게 주신 날”이기 때문입니다.(「로마 미사 경본」 성주간 목요일 9항) 이날 사제들은 “성품성사 때에 했고 해마다 성유 축성 미사에서 갱신하는 엄숙한 서약”에 따라 “그리스도의 신비를 충실하고 열심히 거행”할 것을 다짐합니다.(교황청 경신성사부 「구원의 성사」 31항)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제사란 단 한 번에 완결된 유일한 제사 하나뿐입니다. 그 제사란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신 십자가의 제사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 제사를 통해 “한 번의 예물로, 거룩해지는 이들을 영구히 완전하게 해 주신 것”(히브 10,14)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최후의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말씀으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그분의 몸과 피를 바치도록 명하셨습니다.(트리엔트 공의회 「미사성제에 관한 교리와 법규들」 서론)

 

이렇듯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도록 명하신 성찬례, 즉 미사는 십자가상에서 단 한 번 바쳐진 제사를 재현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들은 예수님의 대리자로서 이 유일한 예수님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지요.

 

사실 신부님뿐 아니라 세례받은 모든 사람은 ‘보편 사제직’으로 예수님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편 사제직은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는 직무 사제직과는 다릅니다. 평신도들은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성사를 받고 기도하고 감사를 드리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행”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10항)

 

신부님들이 사제 서약 갱신을 하는 성주간 목요일, 우리도 유일한 대사제이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우리가 수행하는 사제직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6년 3월 29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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