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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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마티아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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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4-05-13 ㅣ No.172365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날 성가대 회식이 있어서 저녁을 먹었는데 나오면서 놓고 온 것 같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형제님의 차에 놓고 온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성당 집무실에 놓고 온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집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보통은 탁자 위에 안경을 놓았는데 없었습니다. 냉장고도 열어보고, 싱크대에도 가보고,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여분의 안경을 쓰고 산보를 다녀온 후에 다시 찾아보니 안경이 소파 위에 얌전히 있었습니다. 소파 위에 있는 안경을 차에서 찾으면, 회식 장소에서 찾으면, 집무실에 찾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깜빡깜빡하는 것은 신호등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양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동전을 되찾으면 여인이 기뻐한다고 하셨습니다. 양을 되찾으면 목자는 기뻐한다고 하셨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잃어버린 안경을 찾으니 예수님 말씀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예전에 읽었던 어느 환자의 기도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나는 당신에게 출세의 길을 위해 건강과 힘을 원했으나, 당신은 제게 순명을 배우라고 나약함을 주셨습니다. 주님! 위대한 일을 하고 싶어 건강을 청했으나 당신은 보다 큰 선을 하게 하시려고 병고를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부귀함을 청했으나 당신은 내가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가난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만인이 우러러 존경하는 자가 되고 싶어 명예를 청했으나, 당신은 나를 비참하게 만드시어 당신만을 필요로 하게 해주셨습니다. 주님! 홀로 있기가 외로워 우정을 청했으나, 당신은 세상의 형제들을 사랑하라고 넓은 마음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당신에게서 내 삶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당신께 청했으나, 당신은 다른 모든 이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삶의 길을 주셨습니다. 내가 당신께 청한 것은 하나도 받지 못했으나, 당신이 내게 바라던 그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찾는 것과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주님께서 주시는 것을 청해야 합니다.

 

예전에 박도식 신부님께서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제목으로 교리서를 출판하였습니다. 영적으로 메마른 현대인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신앙인들에게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하느님을 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온유한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를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배반하고 떠난 유다의 자리를 대신할 사도를 선출하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사도들은 기도를 하였고, 마티아가 유다의 자리를 대신 할 사도로 선출되었습니다. 마티아 사도는 교회 공동체에서 하느님을 위한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 주시는 일이 있다면 마티아 사도처럼 우리들도 충실하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받아 들여야 하겠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은 이미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권고나 부탁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명령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셨으니 겸손하게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았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알렐루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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