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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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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제로 서품받은 순번은 2059번입니다. 김남길 신부님은 2054번, 저보다 다섯 순번 앞선 번호입니다. 김영관 신부님은 2050번, 저보다 아홉 번 먼저 서품을 받았습니다. 신부님들은 저보다 먼저 달라스 성당에서 사목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본당에서 지내고 있는 윤충훈 신부님의 서품 순번은 6153번입니다. 저보다 4,093번 뒤의 후배 사제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제가 김대건 신부님의 뒤를 따라, 복음의 길 위에 서 왔다는 사실에 참으로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윤충훈 신부님의 세례명은 세례자 요한입니다. 회개의 길을 준비했던 세례자 요한처럼, 윤 신부님도 본당 공동체 안에서 신자들의 마음을 주님께로 이끄는 겸손한 길잡이가 되고자 늘 성실히 사목하고 계십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사제직의 첫 길을 열어주셨다면, 윤 신부님은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아름다운 열매이자, 후배 사제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1번, 과연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입니다.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은 사제, 한국 교회 사제직의 시작이 된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지만,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김대건 신부님은 그 밀알이었습니다. 그분은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땅에 떨어져 썩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도 짧고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1845년에 사제가 되셨고, 1년 후인 1846년에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그분은 하느님 나라의 풍성한 열매를 맺은 복된 존재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7,100명 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30배, 60배, 100배가 아니라 7,100배의 열매를 맺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가 바로 오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윤충훈 신부님이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가 없었다면, 오늘 우리 본당의 이 사제단도 없었을 것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성지가 된 곳이 있습니다. 먼저, 충청남도 당진에 있는 ‘솔뫼 성지’가 있습니다. 솔뫼는 김대건 신부님의 고향입니다. 신부님이 태어나신 곳입니다. ‘솔뫼’라는 말은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성지로 꾸며져 있어서 많은 분이 순례를 옵니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곳을 방문하셔서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미사 드렸습니다. 참 뜻깊은 곳입니다. 다음은 멀리 중국 ‘마카오’입니다. 신부님은 신학생 시절, 마카오의 성 바오로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공부하며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신학교 건물이 유적지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첫 사제가 거쳐 간 곳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마카오에서 공부하다가 ‘상하이’로 옮겼습니다. 거기서는 진산 지역의 라자르 신학교에서 공부하였고, 마침내 1845년 8월 17일, 프랑스 선교사인 페레올 주교님께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사제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역사입니다. 신부님은 조선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입국 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지금의 용수 성지에 도착하셨습니다. 라파엘 호는 풍랑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바로 김대건 신부님께서 조선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입니다. 조선에 들어온 뒤에는 신자들을 만나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입니다. 1845년 10월 24일, 첫 미사를 봉헌한 곳입니다. 그 감격의 미사가 지금까지도 신자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박해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결국 신부님은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1846년 9월 16일, 서울 ‘새남터’에서 스물다섯의 나이로 순교하였습니다. 지금 그곳에는 순교 기념성당과 전시관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신부님의 희생을 기억하고 기도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짧은 생애 안에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 교회를 위한 헌신, 영혼을 위한 순교적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분의 순교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열매로 우리 본당에도 사제들이 있습니다. 제가 있고, 윤충훈 신부님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아름다운 계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주님, 저희도 좋은 밀알이 되어, 땅에 떨어져 열매 맺는 삶을 살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