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간 목요일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요한 13.16-17)
오늘 복음은
'내가 작아져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너는 그저 너의 자리로 돌아가 편히 지내라'는 초대로 들렸습니다.
요즘 세상은 하느님보다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인간의 야심으로 가득합니다.
생명을 만들고,
감정을 조작하고,
죽음조차 설계하고 있습니다.
한때 우려했던 상황들이, 이제는 실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인간 존중'이라는 이름 아래서 말입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종교는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리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하느님은 어느새 잊혀집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런 현실이 보였고,
곧 나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존재의 물음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숨기고 싶지만 숨길 수 없는 '존재 불안'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통제 욕망'에서 벗어나
그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로 보내졌는지 다시 묻게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이 말씀은 우리가 작아져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었습니다.
'너는 그저 너의 자리로 돌아가 편히 지내라"는 존재의 초대였습니다.
입으로는 "저는 신이 아닙니다. 주님 도와주세요."라고 고백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자녀를 내 뜻대로 움직이려 하고,
모든 문제를 내가 내 방식대로 해결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는 내가 신이라고 외치고 있구나.. 하며 나 자신을 성찰합니다.
나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없어도 괜찮고,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그분에게서 보내진 존재이고,
그분의 사랑을 전하는 작은 그릇일 뿐입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은
신비를 이해하겠다는 시도가 아니라,
내가 하느님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아닐까요?
그때부터 비로소
나를 이루는 고요와 평화가 내 안에 스며들기 시작하니까요.
오늘,
주인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을 조종하려는 욕망도 멈춥니다.
그저 한 사람의 종으로,
사랑의 도구로,
내가 보내진 자리에서
조용히 걸어가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