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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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215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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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가 작년에 구매한 자동차에 대해서 리콜 서비스를 해 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차량 전자장치에 문제가 있어서 무상으로 고쳐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3시간이나 센터에서 기다려야 하나” 싶어서 조금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센터 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량을 맡기시면 사무실까지 모셔다드리고, 수리가 끝나면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편리하든지요! 덕분에 저는 무료하게 기다리지 않고, 성당에 와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직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지만, 아무 불평 없이 친절하게 맞아주었고, 언어가 조금 서툴러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었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설명하고, 불편함을 줄이려고 애쓰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 정도의 서비스라면 90점은 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차라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콜 서비스를 받으면서, 오늘 복음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예수님은 단순히 방향을 알려주시는 분이 아니라, 직접 우리를 그 길로 이끌어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죄와 혼란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로 데려다주시는 동반자요, 인도자이십니다. 그런데 이 복음 말씀은 단지 개인적인 믿음의 여정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의 사목과 행정의 방식에도 깊은 통찰을 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친절함, 배려, 경청의 태도는 곧 교회가 신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새 신자들, 아직 교회가 낯선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이 첫발을 디딜 때, 우리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고, 설명해 주고,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성사를 청하고자 할 때, 신자들이 주저하거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사제는 늘 환대와 열림의 자세로 있어야 합니다. 고해성사든 병자성사든,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오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때로 인생의 리콜을 받습니다. 고장도 나고,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예수님이라는 ‘길’, 교회라는 ‘센터’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앙생활의 방식뿐 아니라, 교회의 사목과 행정의 자세도 돌아봅니다. 신자들에게 친절했는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는지, 어려움이 있을 때 손 내밀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또한 진리입니다. 단지 사실(fact)을 넘어서, 삶을 바르게 인도해 주는 진실(truth)의 본질입니다. 제가 만난 서비스 센터 직원처럼, 우리의 말을 들어주시고,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 주시며, 마음을 다해 다가오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인생의 작은 지체, 예기치 못한 오류조차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생명이십니다. 자동차가 리콜로 더 안전해지고 성능이 좋아졌듯,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면 영적으로 더 깊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생명력 있는 존재가 됩니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참된 의미의 살아 있음, 곧 영원한 생명을 체험하게 됩니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묻습니다. “나는 어떤 길을 따라가고 있는가” 길을 헤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도가 아니라 동행자입니다. 우리는 지도를 잃을 수 있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절대로 놓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 인생의 리콜 센터이십니다. 우리가 연약할 때, 오류가 있을 때, 그분께 돌아가면 우리는 다시 고쳐지고, 다시 살아나고, 다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이 선언을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그 길 끝에는 반드시, 참된 평화와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과 진리와 생명의 모습을 본받아, 우리 교회 공동체도 사랑과 친절, 동행의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교회는 단지 신자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곳, 다시 출발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분명히, 예수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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